법원 "KB증권 투자자보호의무 위반…60억원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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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한국투자증권과 ABL생명보험이 호주 부동산 펀드를 판매·운용한 KB증권과 JB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해당 펀드 부실은 현지 사업자의 계약 위반으로 불거졌지만 법원은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인하고도 면밀히 살피지 않은 KB증권과 JB자산운용에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주채광 부장판사)는 한국투자증권·ABL생명보험이 KB증권·JB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반환 등 소송에서 지난달 14일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했다.

JB호주NDIS펀드는 호주 정부에 장애인 주택임대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2019년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았다.

그러나 현지 사업자가 투자금으로 다른 부동산을 샀고 그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KB증권의 투자권유로 해당 펀드에 각 500억원씩 투자한 한국투자증권과 ABL생명보험은 논란이 일자 펀드 대금을 돌려달라며 2020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4년여간의 재판 끝에 1심은 한국투자증권과 ABL생명보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판매사와 운용사로서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들(KB증권·JB자산운용)은 해당 펀드 투자권유와 판매과정에서 중대한 투자위험이 있다는 의심을 일으킬 만한 정황이 발견됐는데도 합리적인 조사의무를 다하지 않아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했으면 펀드 관련 부동산이나 수탁회사에 대해 추가적으로 현지 실사·조사를 하는 등 각종 경로를 통해 이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했지만 펀드 매매계약 체결 때까지 별다른 조사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산운용 과정에서도 신탁증서 등 관련 제출 서류가 무권한자에 의해 작성됐다는 것을 인식했는데도 만연히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서류들을 다시 확인하거나 차주인 현지 캐피탈 측 주장에 의존해 일부 부분을 추가적으로 검토하는 것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재판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과 ABL생명보험은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를 내세워 KB증권 등이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KB증권이 고의성을 가지고 한국투자증권 등을 속였다고 볼 수 없다며 사기가 아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만을 인정했다.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금액은 미회수 금액의 90%인 약 60억원으로 제한했다.

KB증권은 펀드부실이 발생하자 투자금 회수를 위해 호주 현지 로펌을 통해 현지 사업자가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 자산동결 조치에 나섰다.

이후 부동산을 처분해 받은 매각 대금으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한국투자증권과 ABL생명보험에 각 432억원의 펀드 상환금을 지급했다.

재판부는 펀드 투자금 500억원 중 상환금 432억원을 제외한 약 67억원을 미회수 금액으로 판단하고 67억원의 90%인 60억원 상당을 한국투자증권과 ABL생명보험에 각각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투자자는 원칙적으로 자기책임에 따라 투자해야 하며 기관투자자들인 원고들(한국투자증권·ABL생명보험)도 해당 펀드의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피고들은 원고들의 투자손실로 인한 이익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원고들은 펀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송은 양측의 쌍방 항소로 2심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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