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향후 금리 인하를 위한 조건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통위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 시점과 환율 움직임, 부동산 가격 등이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준으로부터의 '독립적 결정' 주장이 강화된 가운데, 물가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뚜렷한 '매파' 위원도 여전했다.

◇인하 논의로 전환된 금통위…'연준에서 독립' 부상

13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하 조건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진행됐다.

향후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을 앞두고 우리가 언제 움직여야 할 것인지가 핵심 논의 주제였다.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위원은 '통화정책방향에 관한 토론'에서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내린 신흥국 움직임을 꺼내 들었다.

한 위원은 "지난해 금리인하 기조로 전환한 다수 신흥국의 경우 금리인하 이후 환율 절하폭이 같은 기간 중 신흥국 통화지수 절하폭을 소폭 상회하는 데 그쳤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통화가치가 절상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위원은 이들 신흥국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입장에서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반문했다.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인 만큼,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는 데 연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원화의 절하 위험은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지는 못할 것이란 핵심 근거다.

한은 집행부도 "연준의 금리 인하 국내 통화정책도 대내여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집행부는 다만 금융여건의 완화가 디스인플레이션 및 디레버리징 과정을 저해할 가능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 기대와 정책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위원은 "연준 기조 전환을 앞두고 우리의 기조 전환을 위한 조건에 대해서도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표했다.

다른 위원은 "연준 통화정책 완화가 국내 금융상황을 완화할 경우 결국 가계대출의 관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 규제 "선결"…'집값이 피벗 핵심' 주장도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이나 가계부채의 재증가에 대한 방어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선명해졌다.

특히 일부 위원은 집값의 동향이 향후 인하 시점을 결정할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직설적인 언급을 내놨다.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높은 가계대출은 국내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라면서 "최근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금리의 피벗 시점 결정에 주택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은 사실상 동일 변수지만, 그동안 금통위원들은 부채문제는 지적하면서 주택가격과 통화정책을 직접 결부시키는 것은 꺼려왔다. 이창용 총재도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주택가격이 금리 인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직접적인 언급도 나온 만큼 부동산 동향에 대한 민감도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금리 인하에 앞서 대출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비등했다.

한 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해가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는 시점에서 긴축기조의 완화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부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거시건전성정책과의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 이상 성장률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강경한 의견도 제시됐다.

다른 위원은 "올해와 내년 성장이 잠재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금리인하를 서두를 요인이 크지 않다"면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 위원도 "현재로서는 디스인플레이션 및 디레버리징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긴축기조를 충분히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통위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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