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2년 연속 1천억원대 적자…처음으로 장부가 하향 조정
이커머스 경쟁 심화에 FI 주도 동반매각 쉽지 않을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SK스퀘어[402340]가 2018년 11번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장부금액을 2천100억원 깎았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1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는 등 11번가의 적자가 누적된 결과다.

작년 11월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 포기로 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11번가 동반매각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매각이 순탄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SK스퀘어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5일 SK스퀘어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의 장부금액(지분율 80.3%)을 8천340억원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기존 1조494억원에서 2천154억원의 손상을 인식했다. 이 금액은 SK스퀘어의 손익계산서에도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투자 관련 손실로 잡혔다.

자산의 장부금액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초과하면 회사는 그 차이만큼의 손상을 인식해야 한다.

SK스퀘어는 주석에서 "예상 미래 현금흐름과 할인율 및 영구성장률 등을 이용해 순공정가치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스퀘어가 11번가의 손상을 인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스퀘어는 11번가가 SK플래닛으로부터 인적분할해 설립된 2018년 이후 매년 장부금액을 최초 취득금액인 1조494억원으로 반영해왔다.

여기에 더해 SK스퀘어는 지난해 11번가의 주주 간 계약과 관련한 파생금융부채도 전년 대비 약 2천500억원 증가한 2천892억원으로 인식했다.

11번가 주식 가치가 하락하면서 파생금융부채의 공정가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11번가 매각 시 예상되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구한 값이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9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파트너스로부터 5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연 6%의 배당률과 내부수익률(IRR) 3.5%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의 상환가액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정 기한인 작년 9월까지 11번가의 기업공개(IPO)가 성사되지 못하고, 기업가치도 투자유치 당시(약 2조7천억원)의 절반 아래로 떨어지자 곤경에 처했다.

SK스퀘어 이사회는 투자원금 5천억원에 IRR 3.5%를 더한 금액으로 FI 지분을 되사올 경우 SK스퀘어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11월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이에 FI들은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11번가 지분 매각에 돌입했다. 매각 주관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주주 간 계약에 따라 11번가 지분 매각대금은 FI의 투자원금을 보전한 뒤 SK스퀘어에 돌아간다(워터폴).

11번가 관련 파생금융부채는 SK스퀘어의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핵심 감사사항으로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감사인은 동반매각 거래 구조를 반영한 예상 결제 시점과 미래 예상 현금흐름 등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11번가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11번가 매각이 순탄하게 성사되기는 어려울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영향력이 공고한 데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침투도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직구 거래액은 약 3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늘어났다.

11번가는 지난해 1천258억원, 2022년 1천5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매각 주관사가 잠재 매수자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11번가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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