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반값 아파트를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토지임대분양주택법이 쓸쓸히 퇴장한다. 분양과 임대의 장점만 취합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를 아끼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사업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외면받으며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2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4월 제정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오는 8월 12일부로 폐지된다.

토지임대분양주택법은 분양주택의 쾌적함과 임대주택의 낮은 주거비용 등을 결합하기 위해 지난 2009년 한나라당의 주도로 입법됐다.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같은 당 의원 171명이 동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토지의 소유권을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가지고 건물만 주택 수요자에게 분양해 소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토지임대기간은 40년으로 하되 토지임대주택 소유자의 75% 이상이 요구하면 계약을 갱신하도록 하는 강제조항도 포함했다.

토지매입비용을 임대료로 돌려 목돈 부담을 낮추는 형태로 일종의 '틈새상품' 성격을 지녔지만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정치권이 '반값아파트'로 홍보하며 법제화되기에 이르렀다.

충분한 논의과정없이 도입되다 보니 군포 부곡, 서울 서초, 서울 강남 등 3개 지구에 760세대가 공급되는 데 그쳤다.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려던 부천 옥길지구는 미분양 장기화 우려로 사업이 아예 취소됐다.

결국 입주자 만족도, 사업시행자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별도의 법률로 유지될 이유가 없다고 판단돼 19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주택법에 일부 내용만 남기고 특별법은 폐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에 대한 관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주택법에 일부나마 남겨두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비록 국내에서는 실패했지만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과 영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보편화됐다. 특히 싱가포르는 전체 주택의 70% 정도가 토지임대부 공급방식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개발이익 환수, 국유재산 활용, 주택구매부담 인하 등의 목적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활용하고 있다.

이종권 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초 도입 취지는 분양주택을 공급하면서 초기 자금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주택금융이 워낙 활성화돼 상대적인 메리트가 많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국공유지를 활용해 도시재생, 주택공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의 초기 자금부담을 줄이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공적 통제가 가능한 국공유지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는 검토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가격이 올라가면 거주자의 차익이 줄고, 재건축할 때는 토지지분이 없어 문제가 생긴다"며 "틈새상품 성격이 큰데 정치권에서 너무 앞질러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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