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단기금융업 인가에 이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면서 한국 금융산업은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았다. IMA는 원금보전 장치를 갖추면서도 예금과 경쟁할 수 있는 중수익상품으로 설계된다. 기업금융에 필요한 대규모·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증권사의 사업확장을 넘어 초대형 투자은행(IB) 모델이 현실화하는 신호탄이다.증권사들은 이미 발행어음과 자기자본투자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의 역할을 넓혔다. 여기에 IM
환율은 우리에겐 여전히 트라우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진 지 30년 가까이 되지만, 썰물처럼 달러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목도하면 늘 불안하다. 국가부도에 따른 심리적, 물질적 충격 여파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는 탓이다. 전직 경제부총리의 '환율 1,400원 뉴노멀'이라는 말은 이제 이상하지도 않을 만큼 현실이 됐다. 달러-원 환율은 어느새 1,5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나라의 환율 수준은 그 나라 경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수출주도 소규모 개방경제의 대한민국에서 고환율은 수출을 늘리는 효자 역
'코리아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우리나라 상장사의 주식 가치가 유사한 매출 규모나 수익을 내는 해외기업과 비교해 과도하게 낮게 평가받는 현상을 말한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주식시장이 양적·질적으로 재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것은 당국은 물론 전국민적 관심사다.방법론에 차이가 있었지만,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아왔다. 이재명 정부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상법을 개정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국내 주식시장뿐 아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과거 런던과 파리에서 있었던 귀족과 빈민 사이의 극심한 증오와 분노를 다룬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에서 당시 사회 분위기를 이같이 일갈했다. 그로부터 160여 년이 지난 현대에도 변함없이 상류층과 서민층의 빈부격차가 화두가 되고 있다.요즘 미국에서 많이 회자하는 말은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다. 부유층과 빈민층의 경제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위아래가 악어 입처럼 벌어지는
최근 들어 국내 증시가 전인미답의 코스피 4,000선을 돌파하면서 아파트로 쏠렸던 가계의 자산증식 경로가 다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4,000선 돌파 직후 잠깐의 조정이 있었지만 증시는 탄탄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양상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는 것이 자산 취득의 전부였던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판을 흔들고 있다.최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보면 커버드콜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6% 이상의 월지급 분배금을 내건 사례들이 꽤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금리가 12
펀드매니저라기보다는 풋내기 투자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청년 둘이 있었다. 제이미와 찰리. 직전까지 엄마에게 얹혀살며 타박받기 일쑤였던 이들은 '가능성은 작지만, 터지면 대박이 나는' 옵션 투자로 초기 투자자금 11만달러를 3천만달러로 불린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식이었지만, 젊은 혈기는 '외가격' 투자에 눈을 뜬다.브라운필드펀드라는 이름도 없는 펀드의 매니저로 자신들을 소개한 제이미와 찰리는 스와프딜러의 세계적 협의체인 ISDA에 들어가려고 JP모건체이스에 찾아갔다가 보기 좋게 굴욕만 당하고 나온다. 사람들이 잘 보려고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오른 코스피 지수가 연말을 앞두고 4천선 전후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11월 들어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론, 미정부 셧다운 여파, 증시 고평가 논란 등이 겹친 결과다. 이 시기 외국인이 7조원어치나 국내 주식을 내다 팔면서 부담을 줬다.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제도개혁을 통해 증시 부양의 군불을 때고 있지만, 증시 자체에서도 상승 동력이 필요한 때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코스피 5천선까지 가려면 다시 기본에서 되돌아봐야 한다.증시 내부의 동력은 상장사의 실적개선과 밸
요즘 금융권은 디지털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기술을 먼저 앞세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세련되고 있고, 고객 응대에 인공지능(AI) 챗봇이 활용된다. 마이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도 등장했다. 겉으로 보기엔 금융의 미래가 성큼 다가온 듯하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진정한 혁신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디지털금융은 진화했지만, 금융권 조직문화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디지털금융은 금융의 혁신을 위한 수단이다. 그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조직 내부의 구조적
최근 국내 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점차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적을 대표하는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3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전 분기 대비 1.2% 증가율을 기록하자, 올해 성장률이 1%대를 달성하고 내년에는 2%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그러나 한국 경제를 마냥 장밋빛으로만 전망하기에는 거시경제 지표들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저성장을 고착화시켰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5일 서
2천년대 중반 미국에서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기업 이익은 늘고 경제는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그에 뒤따르는 고용은 진척이 없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당시 고용없는 성장을 이끈 동력은 세계화와 IT(정보기술) 혁명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미국의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른바 제조업의 해외 이전(오프쇼어링)이 유행을 탔고, 이는 미국 내 고용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됐다. IT기술의 혁명은 업무 효율화를 이끌어 단순 반복적인 사무직 일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