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으로 돌아간 해외수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29일 기준 올해 해외건설수주액은 미화 281억9천2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461억4천400만 달러의 61% 수준에 그쳤다. 10년 전인 2007년 해외건설수주액이 398억 달러가량이었음을 고려하면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셈이다.

원인은 저유가다. 국제 유가가 중동 산유국의 균형재정유가로 알려진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장기 침체하자 이들 나라에서 대형 공사 발주가 줄었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채를 발행할 정도로 재정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기존 발주공사에 대한 대금지급도 깐깐해졌다. 최근 들어 산유국들이 석유생산 감축에 합의하며 유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지만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해 해외건설 수주 회복을 점치기에는 이른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 한파에 떤 건설업계

조선업계로부터 시작된 구조조정 여파를 건설업계도 피해가지 못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인 삼성물산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받았고 조직개편을 통해 주택사업부를 없앴다. 포스코건설도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대우건설은 이달 들어 기존 14개 본부 118팀의 조직을 11개 본부 101팀으로 축소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건설사가 해외 현장인력을 국내 주택사업부로 이동 배치하거나 대기발령을 내는 등 구조조정 중이다.

저가수주 해외사업장은 주택호황마저 일부 잠식해 국내 9개 대형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이 35% 수준으로 올라갔다. 일반적으로 이 비중이 25~30%를 넘으면 회수하기 어려운 채권이 그만큼 많은 것으로 간주한다. 정부는 지난 26일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건설업 등의 산업리스크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의견거절, 집단소송, 합병논란 '악재'

올해도 건설업계는 각종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합병과정에서 엘리엇이라는 복병을 만났던 삼성물산은 이번에는 최순실이라는 난관을 마주하게 됐다.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비선실세의 영향력이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떠올랐다. 삼성물산은 관련 법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진행됐다지만 특검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3분기 보고서에서 회계감사를 진행한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주가는 액면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중으로 예정됐던 대주주의 지분매각공고는 내년으로 넘어갔다. 감사 자료 범위에 대한 이견이 원인으로 알려졌는데 내년 초 나올 사업보고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 외에도 GS건설의 2013년 실적 공시에 대한 집단소송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현재 본안소송에 계류된 국내 증권관련 집단소송 중 최대규모인 만큼 결과에 따라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된다.

◇갈 길 먼 부동산 간접투자

올해는 4년만에 공모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부동산 공모펀드도 신규 설정되는 등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올해 7월에는 하나자산운용의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판매 당일 완판되는가 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텍사스주의 호텔을 기초자산으로하는 3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공모펀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9월에는 모두투어리츠가 거래소 입성에 성공했다. 리츠가 상장된 것은 지난 201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상장문턱을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모두투어리츠가 상장됐지만 후속주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 11월에는 서울 명동의 한 대형빌딩을 기초자산으로 부동산 공모펀드 설정이 시도됐지만 불발에 그쳐 부동산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택시장 진정시킨 8·25와 11·3 대책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과열 분위기에 휩싸이던 주택시장을 진정시킨 것은 역시 정책 변수였다. 정부는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번진 아파트 청약과열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지난 8월 25일 아파트 집단대출을 제한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공적 금융기관의 중도금 대출 보증한도를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고 보증건수에도 한도를 두기로 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공급물량 축소 등 공급조절방안도 포함했다.

그럼에도 분양시장 열기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주택청약저축 1순위 가입자는 올해 8월말 기준 1천만명을 돌파했다. 정책 발표 다음달 한 부동산정보업체는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3.3㎡당 1천854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청약규제가 빠진 탓에 정책 의지를 의심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택으로 몰렸다.

급기야 정부는 3개월만에 다시 분양권 전매규제를 포함한 11·3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 4구와 경기 과천 등 일부 지역의 분양권 전매를 제한한 11·3대책은 예상을 깬 강력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분양시장의 투기 심리를 빠르게 가라앉혔다. 다만, 뒤이어 찾아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미국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 등 외부 요인이 가세하며 주택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어 정책 집행 시기가 아쉽다는 평가도 일부 있었다.

spna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