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증시에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연일 화두다. 총 10개의 ETF가 동시 상장했으며 운용사 중에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블랙록, 피델리티 등도 포함돼 있다. 상장 후 5주 정도 지난 현재 시점에서 총 유입자금은 50억 달러에 달한다. 일부 ETF에서의 자금 유출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평균 2억~3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에 순유입된 것이다. 그 규모와 속도는 가히 역대급이라고 불릴 만하다. 세계 최대 금 ETF인 GLD는 운용자산이 50억 달러 수준에 이르기까지 2년이 걸렸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 전망은 두 가지 이유에서 밝다고 할 수 있다. 매크로 환경 변화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그것이다. 이를 자산 가격 움직임의 원리, 네트워크 효과, 화폐 현상, 그리고 자산운용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자산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효과와 내재 가치 상승으로 구성된다. 명목 경제 성장률이 인플레이션과 실질 성장률로 구성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인플레이션 효과란 자산 가격을 표기하는 회계 단위의 확장에 의한 가격 상승이다. 전 세계 주요 자산의 가치 측정에 사
평창 올림픽 당시 내한했던 한 서유럽의 스케이트 선수가 맥락 없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비판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평소 한국에 관심이 없는 외국인이 어쩌다 한번 접한 소식이 개고기 문화였다면 그 사람은 평생 한국에 대해 단편적이고 왜곡된 인식만 갖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중들의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인식 또한 이런 방식으로 형성된다.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만 어쩌다 한번씩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 '코인은 위험한 것' 또는 '코인은 사기꾼들의 소굴'이라고만 생각하고 확증 편향을 통해 그러한 인식이 굳어진다. 몇
주말 사이 해외 주요 언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그레이스케일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제도권화 과정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 이 뉴스가 가상자산 산업에 왜 중요한지 파악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다.과거 10년 동안 다양한 자산운용사들이 거의 30건의 현물 ETF 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SEC는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줄곧 승인을 거부해 왔다. 최근 2년간 비트코인 선물 ETF만 승인했을 뿐이다. 거절당했던 자산운용사 중
열흘 전 가상자산 업계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있었다. 2년 넘게 진행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리플(구 리플랩스) 간의 증권법 위반 소송에 대한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약식판결이 발표된 것이다. 그 내막은 일반인들에게 조금 복잡할 수 있으나 이 신생 기술의 대중화에 관심이 있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사안이다. 공식적인 판결의 요점은 리플이 증권법을 일부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리플이 리플 블록체인의 고유 자산인 XRP를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한 행위는 증권법 위반이고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한 행위는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하
지난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산업을 대표하는 두 대형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를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두 고소장은 방대하며 언급된 기소 내용도 다소 차이가 있으나 중심이 되는 내용은 같다. 두 거래소 모두 등록 없이 거래소, 증권사, 청산 대행사 역할을 했으며 이는 미국 증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SEC는 두 거래소가 지원하는 수백 개의 가상자산 중 19개 자산이 증권이라고 주장한다.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SEC는 기존의 법률 체계로 가상자산 산업을 합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오해가 참 많다. 이는 대부분 고정관념이나 언론에 의한 왜곡에서 기인한다. 이런 오해는 가상자산 투자자, 사업자, 언론인, 규제 당국 관계자들이 소모적 논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직간접적 원인이 된다. 이러한 오해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가상자산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고 불필요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일단 가장 흔한 3가지 고정관념을 들어보자. 첫째, 가상자산은 통상적인 화폐가 되려고 한다는 인식이다. 모든 가상자산이 일상에서 교환 매개로 사용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등
현재의 글로벌 금융 체제는 1944년, 브레턴우즈 협약에서 시작되었다.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지위를 공식화하되 미국 달러의 공급량을 금 보유량으로 묶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후 30년이 채 못된 1971년, 미국 달러와 금 사이의 태환제도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폐지하며 기축통화는 그 발행량이 사실상 어떠한 구속도 없이 오로지 100% 미국 정부의 컨트롤에 따르는 '순수한' 법정화폐가 된다. 이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의 친미 원유 수출국에 안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원유 수출을 미국 달러로 결제를 강요하는 밀월관계를 맺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은 남태평양 섬들을 공군 기지로 사용하였다. 이 섬들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은 미군을 통해 처음으로 현대 문명을 접했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경험한 원주민들은 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떠나자 그들을 그리워했다. 원주민들은 미군의 화물 비행기가 물질문명을 실어 온 것을 기억하며 미군들의 행동을 따라 하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풀을 뽑아 활주로를 만들고, 모닥불로 유도등을, 오두막으로 관제탑을 흉내 냈다. 대나무로 안테나를 만들고 헝겊으로 미국 성조기를 만들어 게양하였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이전에 봤던
희망차게 새해를 시작해보자는 뜻에서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자. 대한민국이 세계 5대 강대국 대열에 합류하는 상상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따지면 지금의 영국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다음 위치다. 중요한 글로벌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제 사회가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나라일 것이며, 큰 재난을 겪는 나라에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통 큰 지원까지 할 정도의 부유한 나라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인플레이션, 가계 빚, 저출산 등으로 국가 경제 앞날이 어려운 마당에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
사건 사고가 많았던 올해 가상자산업계에 던져진 가장 큰 숙제는 바로 '규제'다. 잘 만들어진 합리적인 규제는 신기술의 대중화를 촉진한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대중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교통법이 없었다면 자동차라는 신생 기술이 대중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신기술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만들어지는 규제다. 그런 규제는 신기술이 가져올 혁신을 해치는 것은 물론 그 규제가 의도하는 소비자 보호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할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가상자산의 본질 파악이 필수다.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기존의 증권법을 적용해
외국인들의 조선 말기 관련 기록에서 종종 언급되는 것이 당시 조선의 형편없는 도로 사정이다. 1894년 조선을 방문한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는 그녀의 저서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조선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낙후된 도로 사정을 언급했다. 그만큼 조선은 수백 년간 길을 닦는 것에 대해 무척 소극적이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지도층이 필요를 못 느껴서였다. 길을 닦으면 오히려 오랑캐가 침략하기 쉬워 국가 안보에 위협이라는 '무도즉안전(無道則安全)'의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했다. 숙종은 이를
이더리움을 비트코인과 더불어 '가상화폐'로 묶어 표현하면서 생기는 오해가 있다. 대중들은 '화폐'라는 단어 때문에 비트코인이 카카오페이처럼 일상생활의 소액 결제를 위한 기술이고 이더리움은 그보다 조금 업그레이드된 기술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돈이 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차이점을 논하기 전에 공통점을 먼저 짚어보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모두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다. 탈중앙화는 다르게 표현하면 '주인 없는' 또는 '분산된'이다. 이 개념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인류가 지난 3
원화나 달러화를 대신해 교환 매개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만들어진 디지털 화폐. 그런데 가격 등락이 심해 커피도 사 먹지 못하는, 투기 외에는 아무런 사용처가 없는 쓸모없는 물건. 최근 일반인들이 가진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인식이다. 이런 오해가 만들어진 데는 '가상화폐'라는 단어가 한몫하고 있다.사람들은 '화폐'라는 단어에서 교환 매개 수단을 떠올리며 이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가상화폐'는 가치가 없다고 결론짓는다. 심지어 이더리움처럼 만들어진 목적이 비트코인과 전혀 다른 자산까지도 통틀어 가상화폐로 불리기 때문에 모든 가상자산이
종이를 50번 접으면 그 높이는 얼마나 될까. 두께가 0.2mm이고 무한정 접을 수 있는 재질의 종이라고 가정해보자. 천장까지, 아니면 아파트 옥상까지. 놀라지 마시라. 그 높이는 거의 태양까지 간다. 믿기 힘들겠지만 계산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평균 거리는 약 1억5천만km이다.우리는 현재 엄청난 디지털 혁명의 소용돌이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이 혁명이 가져올 변화의 스케일을 가늠하지 못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도 인간의 뇌는 선형적인 사고방식에 편향돼 이러한 개념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