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 대한 오해가 참 많다. 이는 대부분 고정관념이나 언론에 의한 왜곡에서 기인한다. 이런 오해는 가상자산 투자자, 사업자, 언론인, 규제 당국 관계자들이 소모적 논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직간접적 원인이 된다. 이러한 오해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가상자산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고 불필요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단 가장 흔한 3가지 고정관념을 들어보자. 첫째, 가상자산은 통상적인 화폐가 되려고 한다는 인식이다. 모든 가상자산이 일상에서 교환 매개로 사용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등 극히 일부만 화폐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통상적으로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강요하는 화폐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이 오랜 기간을 거처 자연스럽게 화폐로서 합의에 도달한 화폐인 금을 벤치마킹했다. 교환 매개 수단만 강조되는 통상적인 법정 화폐의 틀로는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다.

둘째, 가상자산은 컴퓨터 공학의 분야라는 인식이다. 흔히 가상자산의 투자 가치를 분석할 때 개발자들에게 설명을 부탁한다. 그러면 개발자들은 엔지니어 관점에서 블록체인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시중의 많은 전문 서적도 이런 설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것은 이 기술이 왜 가치를 갖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200년 전 우리 조상들에게 자동차에 관해 설명할 때 '유기체의 잔존물로 생성된 자원을 태워서 발생하는 활력을 바퀴에 전달하고 이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냉각기, 압축기 등의 부수적인 장치가 겸비된 기계'라고 하는 것과 같다. 대신 '말이나 소와 같은 짐승이 끌 필요 없는 달구지'라고 설명한다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를 설명하려면 컴퓨터공학이 아닌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명 컴퓨터공학 기반의 기술이지만 이 기술의 유용함은 인문학적으로 풀어야 하는 '소셜 테크놀로지(Social Technology)'다.

셋째, 가상자산이 상장 주식과 같다는 생각이다. 이는 여러 가지 오해로 연결된다. 주식은 발행자의 손익 및 경영권에 대한 계약이자 권리(claim)이며 발행자는 이를 이행해야 할 채무가 있다. 반면 가상자산은 그러한 계약상의 권리가 아니다. 네트워크에서의 쓰임새를 코드화했을 뿐이지 이를 보유한다고 특정 주체에게 이행을 요구할 권리가 생기지 않는다. 이더(ETH) 보유자가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나 이더리움 재단에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이다. 탈중앙화(분산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경우에는 주식처럼 공시의 의무를 부과할 대상도 뚜렷하지 않다.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수익 창출이 있을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주식으로 착각하고 수익 창출이 없는 가상자산을 '스캠'으로 간주하는 오해를 범하기도 한다.

언론에 의한 왜곡도 있다. 일단 언론의 국내 시장 보도 경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가장 모범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이며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의 8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언론 보도는 이를 다루지 않고 국산 코인에 치중한다. 국산 코인은 다 합해도 시총 10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0.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국산 코인에 집중된 언론 보도로 인해 국내 대중들은 마치 그 0.1%의 자산이 가상자산의 전부인 양 착각하고 이를 기준으로 '가상자산은 이런 거구나'라고 일반화한다. 언론의 국지적 시각 때문에 대중들은 가상자산이 국경 없는 자산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게 된다. 이런 대중들에게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인터넷처럼 국경을 넘어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설명이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언론의 지나친 '키워드 사랑(?)'도 올바른 이해의 장애물이다. 특정 키워드가 유행하면 이를 집중보도하고 대중들은 그 단어들을 중심으로만 가상자산을 이해하려 한다. 웹3, NFT, 메타버스, DAO, STO 등이 그 예이다. 이런 단어들은 가상자산의 근본적인 가치 제안인 디지털 희소성과 소유권 구현의 이해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이런 유행어들을 추종하기 전에 인터넷의 역사나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건 사고 위주의 보도 행태다. 가상자산 투자는 초기 사업 투자에 비유되는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이다. 10개 투자하면 반 이상은 망하고 1~2개만 소위 대박을 달성하는 벤처캐피탈의 수익률 구조와 비슷하다. 즉, 프로젝트가 망하는 것은 실험적인 요소가 짙은 초기 투자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망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기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스캠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사건 사고의 원인이 스캠이라는 식의 보도는 건전한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 이러한 오해는 결국 규제를 강화하면 망하는 프로젝트를 막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진다. 규제의 원칙은 공정한 정보 공개를 통해 투자자 스스로 올바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투자자를 대신해서 '될성부른 떡잎'이 어떤 것일지 찍어주는 것이 아니다.

이제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약속했던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반면 업계에는 1년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 순간에도 가상자산 산업은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기본기를 충실히 하고 팩트 기반으로 접근하면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오해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대선 공약도 실행되고 좋은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정석문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장)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