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이번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시장의 분석이 많아졌다. 부동산 투자심리 측면에서도 금리 변동성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낸 모양새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가격지수가 상승 전환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본격적 회복 국면 진입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상승해 2022년 5월 첫째 주 이후 1년여 만에 상승 전환했다.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전셋값 주간 변동률도 1년 4개월 만에 0.01% 올라 상승 전환했고,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으로 4월 들어 3천건을 넘어섰다. 매매수급 등 심리지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바닥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과 악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본격적 회복이나 추세적 상승을 단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하반기까지 급락세를 보이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급매물 소진된 후 상승 반전하기는 했지만 하락 중에 나타난 기술적 반등일 가능성이 의심된다. 주요 지표들이 급락 이후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절대적 회복 수준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속 및 확대 가능성을 예측하기에는 제반 여건이 좋지만은 않은 탓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연간 1.4%로 다시 낮춰 잡았다.

다만 지역에 따라서는 중장기 투자를 위한 전략 검토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희소가치나 장기 투자성이 높은 투자 상품을 비롯해 입지적 상품성이 뛰어난 주거 상급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좀 더 빠르고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기 투자 상품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압구정이나 여의도 등 가시적인 진행을 보이는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 강세가 뚜렷하다.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수요와 매물이 제한적인 탓에 오히려 가격 낙폭이 크지 않고, 호가 오름세도 나타나고 있다. 지속적인 분양가 상승 우려 속에서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새 아파트에 대한 청약 관심도 꾸준히 형성되고 있다.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지난해부터 분양 및 착공량이 줄어들면서 주요 거점의 브랜드 신축과 정비사업 물량이 예비 청약자의 관심을 모은다.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 변 아파트지구, 마포 등 도심 대표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해 가격급락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급매물이 소진됐고 호가 상승세가 비강남 외곽권보다 뚜렷하다.

이러한 양극화 흐름은 상승 전환 이후 본격적 상승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 확고한 투자성에 대한 기대 부족의 반동으로 볼 수 있다. 하락한 시장금리가 반영되면서 내림세를 보인 대출금리가 아파트 매매 거래량과 전세 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향후 기준금리 동결이나 하락 전환 시에도 추가적인 대출금리 내림 속도는 제한적일 수 있고, 늘어난 이자 부담과 제한적인 가격 상승률은 투자 수익성의 한계를 부각시키고 투자심리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여름 휴가시즌과 계절적 비수기를 앞두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세종, 인천 등 지난 하반기 급락했던 지역들이 1차 하락을 마치고 상승 전환했지만, 하반기 뚜렷한 거시 여건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횡보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긴축기조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기반으로 투자를 고려하는 수요가 적지 않은데, 투자 결정에 앞서 지역별 그리고 상품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장기수익률 전망치가 여전히 보수적인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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