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요일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는 날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회의에서 결정될 기준금리보다는 같이 발표될 2023년 경제전망 수정 여부에 더 쏠려있다.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인 3.5%에서 동결될 것으로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월 초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상단을 5.25%로 올려놓고, 당분간 금리 동결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으나, 연말까지는 3%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와 미국의 부채상한 협상과 은행실패 이슈 등 달러 강세 하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1,320원에서 1,340원대의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의 동결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시장이 한국은행의 이번 경제전망에 주목하는 것은 지난 2월 한국은행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1.6%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그리고 민간부문이 예상하는 수준보다 높기 때문이다. IMF와 KDI는 지난 4월에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 대비 각각 0.2%포인트(p), 0.3%p 낮은 1.5%로 전망했다.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다른 민간 연구소나 전망기관들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에 수렴하고 있다. 이 같은 2023년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올해 들어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KDI도 이번 전망에서는 민간소비와 투자는 당초 전망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향한 대신 수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이번 전망에서는 2023년 경제성장률을 소폭이라도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출이 부진했던 것은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2년 통관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1.1%와 18.9%나 된다. 중국은 여전히 최대 수출시장이며 반도체는 최대 수출 품목이다. 이러한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올해 1~4월 중에 각각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29.0%, -40.3%로 급감하며 전체 수출증가율 -12.1%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것은 중국 리오프닝 후에도 교역을 유발하는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4월에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치 50을 재차 하회하고, 수출도 4월에는 전년동월보다 8% 증가하는 데 그쳐 3월의 14.3% 증가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2022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이후 확대한 생산능력 하에서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재고도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많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난 4월 현재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말 대비 각각 약 60%와 20% 가까이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AI·GPT 부문에서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으나,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한다. 반도체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은 재고 소진과 수급이 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그런데, 적어도 두 가지 이유에서 수출 부진이 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릴 정도로 더 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수출 부진이 2분기 중에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과 4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로는 여전히 13% 내외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통관일수나 계절성을 제외하고 전월비로 보면 각각 -3.9%, -0.4%로 감소 폭이 빠르게 축소되었다. 5월 20일까지의 수출로 추정한 5월 전체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0% 내외의 감소가 예상된다. 그러나 계절조정한 5월 수출의 전월대비 증가율은 1.2%의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의 경제활동 증가에 따른 대중국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에 전년 말에 시작한 경제활동 재개의 효과로 예상보다 높은 전년동기대비 4.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분기 이후에도 인프라 투자와 더불어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정부 부양책 등이 더해져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이 가속하면서 5%대 후반의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의 내수 경기 활성화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특징이 현지의 내수용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21년 현재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내수용 비중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의 우회수출용보다 세 배 정도 더 크다. 또한 대중국 수출을 최종재와 중간재로 구분하면, 각각의 비중은 20.2%와 79.8%로 중간재 수출 비중이 훨씬 크다. 또한 중간재 수출에서 내수용 비중은 우회수출용의 두 배 이상이다. 특히 내수용 중간재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확대되었는데, 이는 거의 정체 수준이었던 우회수출 비중이나 큰 폭으로 비중이 축소한 최종소비재와 다른 모습이다. 중국이 소비재나 자본재 등 최종재를 수입대체, 즉 자국에서 생산하더라도 그 생산에는 한국산 중간재 수입이 이전보다 더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2분기 이후 중국의 내수 부문의 성장세 확대는 대중국 수출을 개선시킬 전망이다. 글로벌 교역량도 점차 증가하면서 경기회복의 축도 서비스에서 제조업으로 전환할 것이다. 전반적인 한국의 수출 부진이 바닥을 다지고, 대중국 수출이 개선된다면, 한국은행은 이제까지의 수출 부진으로만 성장률을 크게 하향 조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코로나 위기 이후 심화된 미중갈등 등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에서 중국을 통한 우회수출 위축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국 수출시장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수출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국 소비재와 중간재 수출의 고부가가치화, 특히 소비재 수출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중기적 시계에서는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통한 우회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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