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의 표지 그림 두 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Peak China?'라는 제목이 있고 용이 더 상승하지 못하고 옆으로 가는 그림이고, 두 번째는 'China's slowdown'이라는 제목 아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계단을 내려가는 그림이다. 두 그림이 의미하는 바는 중국 경제의 쇠락이다. 물론, 최근 서구 사회와 중국의 관계가 냉랭한 점을 감안하면 영국의 유력한 주간지를 통해 중국을 폄훼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중국 경제의 미래가 밝을 수만은 없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관찰된다. 나아가 일부 비관론자 사이에서는 중국이 일본식의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각들은 최근 들어 갑자기 등장하고 있다. 아마도 연초 기대되었던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Reopening)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만, 단기적 관점에서 중국 경제의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구조적 불황이나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왜곡될 소지가 있다. 지금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경기 사이클상의 문제이지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이슈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경제를 조망해 보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많은 유수의 기관들에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0~20년 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1년 당시 중국의 GDP는 미국의 12.7%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불과 20년이 지난 2022년 현재 71.1%에 달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성장했다.

이러한 속도라면 2030년대 언제쯤이면 미국 GDP를 추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금처럼 미국의 경제성장률보다 빨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향후 중국의 성장률이 앞으로 확연히 낮아져 결국은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부상하고 있다. 매슈 히긴스는 2030년 이후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미국과 같은 수준인 2% 정도에 그칠 가능성을 주장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를 기존 2026년에서 2035년으로 수정하였으며, 일부 기관에서는 2030년대에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면 영원히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 할 수 있음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즉,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장기 저성장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이러한 비관적 시나리오는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 향후 중국의 여러 성장 동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생산요소인 노동력, 자본투자, 기술혁신과 이들을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나오게 하는 효율적 사회시스템 모두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우선 노동력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 된다. UN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3년 약 10억 명(전체 인구 대비 72.4%)을 정점으로 2050년에는 7억7천만 명(전체 인구 대비 58.5%)으로 급감한다. 숫자 자체는 커 보이지만 현재의 중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일할 사람이 크게 부족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 내 자본투자가 정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해외투자자의 시각에서 지금 중국은 크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물론 현재 미국의 70% 수준 GDP 규모의 시장에 여전히 사업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외국 자본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고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도 크게 높아져, 오히려 다수의 업종에서는 해외 기업들이 고전하고 중국 기업들끼리 경쟁하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쉽게 말해서 중국 시장은 이미 '레드 오션'이다. 즉 시간이 가면 갈수록 중국 시장에 대한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 내 자본투자가 크게 일어날 유일한 가능성은 중국 정부의 재정투자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기술혁신에 관한 부분이다. 노동과 자본이 더 이상 크게 성장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전제하에서 떨어지는 성장력을 보전할 수 있는 동력은 기술이다. 그 기술도 현재의 주력산업과 관련된 것이 아닌 미래 신산업의 핵심 기술이어야 한다. 현재 중국 시장은 디지털 전환에 비교적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에 연관된 중국 내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그러나, 그러한 테크 기업들조차 중국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유망하지만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기술혁신의 가장 효율적 방법인 외부로부터의 지식재산 유입이 차단되어가고 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시작된 중국으로의 기술 차단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4자 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Fab4),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통상 정책은 대놓고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정치·군사적 동맹국들의 동참을 강제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자신들만의 힘으로 기술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 물론 그동안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많았고 일부 첨단 기술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 전반의 기술혁신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과연 중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자본이 충분한가라는 점이다. 일찍이 중국은 시장경쟁원리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받아들였지만, 아직 중국 시장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있다. 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표를 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중국의 규제 품질 지표 값은 0.035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47)에 한참 모자란다. 또한 중국의 법치주의와 부패 통제 지표 값은 각각 -0.313과 0.054로 역시 OECD 평균인 1.193 및 1.130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결국 경제 규모는 크지만, 그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경제 내 구성원 간의 신뢰도가 낮아 전반적인 효율성도 뒤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중국 내 사회적 자본이 취약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중국 특유의 정치·사회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의 이원적 구조라 생각된다. 선진국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정부 부문의 효율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정부와 시장의 소통이 확대되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사회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의 운영 원리가 같아야 한다. 과연 중국 사회가 어떤 식으로 두 시스템을 통합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래 성장 동력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결국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결론을 내기에 성급해 보인다. 그 이유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들은 중국 내 식자(識者)들은 물론 경제 관료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지 잠재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많은 국가들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던 사례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야만 한다. 중진국 함정은 블랙홀과 같아서 인근 국가를 끌어들이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연 잘 버티어낼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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