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이후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 요인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중국의 리오프닝 상황 등의 해외 리스크나 PF 부실, 가계부채 등의 국내 리스크 정도일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새로운 리스크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경제를 전망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명제, 즉 이미 알려진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하반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어디서 예상치 못한 메가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 가능성의 한 가지 예가 여름철 날씨일 수 있다.

최근 많은 기후학자들은 올여름에 기상 이변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기상청은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El Nino)·라니냐(La Nina)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4월부터 급상승하면서 엘니뇨가 예상보다 한 달 빠른 5~7월 발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여름철도 아닌데 지난 5월 강릉 최고 기온이 역대 최고인 35.5도를 기록한 것이나, 동남아 국가들의 온도가 40도를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올해 엘니뇨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엘니뇨란 특정 지역의 온도가 크게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를 일정량의 에너지가 둘러싸고 있다고 본다면, 많은 지역들의 온도 차이가 심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대류의 움직임이나 습기의 움직임도 빈번하고 강할 것이고 이는 세계 전체적으로 많은 기상 이변을 유발할 수 있다. 즉 예년에 경험했던 평균적인 날씨가 아닌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기상 데이터를 보면 통상 수년 주기로 발생하는 엘니뇨와 기온, 강수량 변화의 방향에 그렇게 연관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엘니뇨는 한번 발생하면 보통 1년 이내에 끝나지만 어떤 경우는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비교의 단순화를 위해 엘니뇨가 발생했던 첫해만 보면, 엘니뇨가 발생한 첫해의 전국 7~8월 평균기온이 다른 연도에 비해 높았던 사례는 거의 없다. 평균기온이 26도를 넘었던 해는 1994년, 2013년, 2018년인데, 이중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1994년뿐이다. 또한, 7~8월 누적 강수량을 보면 엘니뇨가 발생한 연도가 다른 연도에 비해 확연히 많아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엘니뇨가 있었던 2002년과 2006년의 강수량은 다른 연도에 비해 상당히 많은 수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상 이변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엘니뇨의 영향을 떠나서 여름철 호우와 태풍으로 발생하는 대규모의 재난 피해가 약 10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물론 자연재해가 정확히 10년이라는 주기를 가질 리는 만무하다. 우리나라가 호우와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던 사례를 보면 우선 2002년을 들 수 있다. 2002년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7~8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855mm로 1990~2022년까지 연평균 570mm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월 말에는 태풍 루사(Rusa)가 상륙하기도 하였다. 다음 해인 2003년에는 7~8월 704mm의 강수량을 기록하였으며, 9월에는 태풍 매미(Maemi)가 한반도에 상륙하였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2년에도 7~8월 중 704mm의 많은 비가 내렸으며, 그해 8월에는 태풍 볼라벤(Bolaven)의 영향도 받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2년 당시 집중호우로 이재민 약 8천100명, 사망·실종자 2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도 당시 기준으로 9천300억 원에 달했다. 또한 같은 해 태풍 루사로 인해 약 6만3천명의 이재민과 246명의 사망·실종자 그리고 약 5조2천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음으로 2003년에는 호우 피해액은 1천700억 원, 태풍 피해액이 4조2천300억 원에 달하였으며, 2012년에도 호우 피해액이 4조6천400억 원, 태풍 피해액도 1조 원에 이르렀다.

 

 

 

 

 



최근 많은 기후전문가들은 만약 올해 엘니뇨가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예년의 수준을 훨씬 넘는 비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다수의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한다. 그들의 예상대로라면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2002년 이후 호우·태풍 피해액 규모는 당해연도 가격 기준으로 연평균 1조1천600억 원으로 GDP의 0.1%에 달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한 비용도 2~3배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합하면 GDP의 0.2~0.3% 정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호우 및 태풍 피해가 심각했던 2002년 피해액만 GDP의 0.8%에 달했던 점을 생각하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올해 2002년 수준의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면 경제성장률은 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또한, 필연적으로 여름철의 이상 기후는 먹거리 물가를 상승시켜 서민 경제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이제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그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기상 이변이 하늘의 영역이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미 우리는 기상 이변이 상시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올해 실제 큰비가 내리지 않을 수도 있고 단 하나의 태풍도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만약'이라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 기상청 예보가 빗나가기를 바라지만, 어느 애니메이션 영화의 대사가 다시 유행을 탈 수도 있는 여름이 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신기하다. 예를 들면 아침에, 창밖이 맑다는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날씨의 아이' 중에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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