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의 7월 통화정책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25bp 올린 5.25%~5.50%로 결정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세 가지 주요 정책금리를 25bp씩 인상했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면서 초저금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다만 시장 예상과 달리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의 상한을 현재의 0.5%에서 1.0%까지 용인함으로써 수익률곡선 통제 정책에 약간의 매파적 변화를 주었다. 이러한 매파적 통화정책 결정 이후, 시장은 이들 중앙은행이 앞으로는 추가적인 긴축 정도를 약화하거나,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금리의 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이나, 금리 하락보다는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추가적인 긴축 기대가 약화한 것은 이들 중앙은행 총재가 향후 정책금리를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는 유보적 견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동안의 연속적인 정책금리 인상에서 중지 혹은 멈춤으로의 전환, 즉 피봇팅을 의미한다. 미 연준은 2022년 3월에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지난 7월까지 1년 반도 안 되는 기간에 정책금리를 총 5.25%포인트나 인상했다. 그 결과 장단기 금리 역전도 심화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등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 효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미 연준의 7월 통화정책 결정 이후 발표된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0% 상승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며, 전월의 3.8% 상승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근원 개인소비지출물가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4.1%로 시장 예상치 4.2%와 전월의 4.6%를 밑돌았다. 통화정책 회의 이전에 발표되었던 6월 소비자물가 또한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3.0%를 기록했으며, 근원 소비자물가 또한 4.8%로 시장 예상치 5%를 하회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1년 이후의 기대 물가 상승률도 지난 6월 3.8%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러한 실제 물가 및 기대 물가의 하향 안정은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를 약화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긴축을 하지 않을 경우, 향후의 시장금리 하락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이다.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는 시점에서는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향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한 기대로 수익률 곡선이 스티프닝되며 장기금리도 하락한다. 그러나 이번 연준의 금리 사이클에서는 이와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망의 첫 번째 근거는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즉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보다는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막대한 정책지원과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에 의해서 유발되었다. 따라서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가 정책금리 인상에 의한 수요 위축 이외에도 공급측 요인의 안정에 따른 기저효과에 의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물가의 하향 안정이 주로 공급망 차질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해소되며 나타난 기저효과였다고 하면, 물가 안정 효과는 상반기 중에 끝나고 하반기부터는 역기저 효과로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하반기에 수요 부문에서 충분한 물가 하락 압력이 없다면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앞의 수요측 물가 하락 압력과 관련된 것이다. 지난 2분기 미국 경제는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시장 예상치와 1분기 성장률인 0.5%를 상회하는 것으로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정부지출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성장을 주도했다. 이러한 미국 경제의 호조는 일자리 수가 여전히 매달 20만 개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3.6%로 지난 50년 중 가장 낮은 3.4%에 근접할 정도로 노동시장이 강건하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추정하는 임금 상승률은 지난 6월 현재 5.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3%를 크게 상회하는데, 이처럼 실질임금이 증가하며 가계의 구매력도 유지되고 있다. 특히 내수 부문과 관계있는 서비스업 경기가 올해 들어서 확장 국면에 있는 것도 이러한 경기회복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의 서비스 부문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22년 하반기 부진에서 벗어나 2023년 2월부터 기준치 50을 상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다고 해도 물가와 경기가 모두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리의 하방 경직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최근 배럴당 80달러로 높아진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으로 상승 폭을 높일 경우, 4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유가 상승률이 그동안의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도 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뒤집으려면 경기 위축으로 물가 하락 압력이 크게 발생해야 하나,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더 연기되거나 연착륙할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고금리 기간은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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