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2.7%에서 2.9%로 0.2%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동시에 한국 경제성장률은 1.7%로 지난 전망치 2.0%에서 0.3%포인트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방향성에 디커플링이 나타날 것이라 IMF는 보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경험상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 우선 2022년에서 2023년을 놓고 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IMF의 전망대로라면 3.2%에서 2.9%로 하락한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6%에서 1.7%로 하락한다. 1995년 이후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하락할 때 한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폭은 평균적으로 1.6배 정도였다. 즉,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하고 그것을 대입하면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많이 내려 잡아야 2.1%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성장률 민감도가 3배에 달한다. 2000년 이후 23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시 한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민감도가 3배를 넘었던 적은 2015년 딱 한 번에 불과하다. 올해가 한국 경제에 정말 예외적인 한 해인지 잘 모르겠다.

다음 의문점은 IMF가 내세운 세계 경제성장률의 상향조정 배경에 있다. IMF는 글로벌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 활동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으나,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reopening)으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의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가 부진했던 원인은 도시봉쇄이다. 2022년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월 대비 0.4%로 추락한 것과 4분기에도 2.9%에 그쳤던 것, 그래서 2022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한 것은 바로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 사람의 이동을 막았으니 물류 기능은 마비되고 생산과 소비 등 경제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IMF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2022년 10월 전망치인 4.4%에서 5.2%로 크게 높였다. 작년 대비로는 2.2%포인트나 높아지는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과의 정합성이 심각하게 어그러진다. 2000년 이후로 중국 경제성장률과 한국 경제성장률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특히 중국 경제성장률이 직전 연도보다 올라갔는데 한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우리 수출 시장의 높은 대중국 의존도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데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물론이고 전체 수출증가율이 전년 대비 감소했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IMF가 2023년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중간재 국산화 전략, 미·중 갈등 등으로 한국 수출 산업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져 이번 중국 시장의 빠른 회복이 한국 경제에 예전만큼의 부가가치를 줄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2022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3%가 중국으로의 직접 수출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27개국에 대한 수출을 합한 비중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의 40%가 여전히 중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과거에 비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시장이다. 하도 요즘 중국과의 관계가 외교나 방역 규제 등에서 껄끄러워졌기 때문에 애써 중국과의 경제적 연관성을 과소평가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멀리 보면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것은 안보 차원에서 분명 위험하다. 당연히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지속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냉정해야 한다. 나아가 IMF는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하였다. 미국은 기존 1.0%에서 1.4%로 유로존은 0.5%에서 0.7%로 높였다. 중국, 미국, 유로존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의 60%를 차지한다. 이 정도면 올해 세계 경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선진국 중에 거의 최고 수준인 수출의존도(수출/GDP)를 가진 한국 경제가 과연 세계 경제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맞는 이야기인가. 도무지 IMF라는 가장 권위 있다고 평가되는 기관의 생각을 모르겠다.
 

 

 


그러나 IMF가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근거 중 하나로 들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확히는 가계부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고금리로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 부담이 증가하면서 구매력이 위축되고 소비가 부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국제결제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6%로 선진국 평균 71.5%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선진국 중 스위스,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번 IMF 전망에서 한국을 포함하여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국가가 많지 않은데, 그중에 호주의 성장률이 0.3%포인트 하향 조정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IMF의 전망대로 올해 한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것을 막으려면 소비 둔화의 강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IMF가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을 크게 본 것이라면 한국 경제의 디커플링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구조가 내수 비중이 높은 선진국형으로 변화하고 있어 과거에 비해 수출의존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민간소비 비중은 GDP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이 80%, 다른 선진국들이 60~70%의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한국은 여전히 경제 성장을 선도하는 섹터가 내수가 아니라 수출이다. 따라서 여전히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세계 경제성장률과 반대로 가면서 그것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행태를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 정도로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려면, 과거 2003년의 카드채 사태처럼 많은 개인이 신용불량자가 되고 금융기관들이 파산하는 수준의 금융시스템 마비가 나타나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한국 경제를 낙관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상황으로만 보면 수출은 감소하고 물가는 여전히 높다. 소비도 일정 부분 위축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나빠지는 정도, 그리고 어느 부분이 충격에 가장 취약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현실에 대해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언론이나 SNS에서 소위 경제 전문가들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현혹되어 잘못된 시류에 휩쓸리는 우(愚)를 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시장을 냉정하게 보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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