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정부가 특수고용직종사자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가입 의무화를 강행하면서 보험설계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실질 혜택이 줄어들고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는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현행법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법 개정까지 논란이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사법위원회는 오는 22일 제2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산재보험 예외적용을 금지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재 택배기사·보험설계사·레미콘기사·학습지교사·골프장캐디·퀵서비스기사 등 6개 직종 종사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간주돼 대부분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택배기사가 배달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골프장 캐디가 골프공에 맞아도, 보험설계사가 업무 중 다쳐 수술을 받더라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해 당사자가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숱하다.

지난 2008년 7월부터 산재보험 가입이 일부 허용됐지만 전체 종사자 특수고용직 44만여 명 중 산재보험 가입자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이 중 33만5천명에 이르는 보험설계사들의 산재보험 가입은 2008년 17.7%에서 2011년 9.6%, 2012년 9.2% 등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는 산재보험의 경우 고용주가 비용의 절반을 부담해야하는 탓에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고 종사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해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법사위 제2소위를 통과하면 보험설계사들은 현재 단체보험을 포기하고 산재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가 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산재보험보다 보장 금액 및 범위가 넓고 보험료 부담도 적은 단체보험을 더 선호하는 상황에서 산재보험 의무화가 오히려 실질적인 보호 수준을 저하시킨다는 주장이다.

산재보험은 업무상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보장받을 수 있는데 시간, 장소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활동하는 보험설계사의 업무 특성상 사고시 업무관련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산재인정을 위한 보험금 신청, 심사, 수령 등 복잡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또 보험사가 전액 보험료를 지급하여 가입시켜주는 단체보험과 달리 보험료 절반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현재 적용받고 잇는 사업소득세 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가 많은 근로소득세로 전환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커진다. 실손보험 등 개인보험과 중복혜택도 받을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는 다른 특고종사자와 달리 이미 단체보험에 가입되어 산재보험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지금도 본인이 원하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료, 보장금액 및 보장범위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다수가 단체보험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설계사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산재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제도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본인 의사에 따라 단체보험과 산재보험 중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