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원화가 급격히 절상되면서 외환당국의 매수개입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로 매수 개입을 통한 환율 방어 명분은 약해졌으나 1,020원선 아래에서는 오버슈팅 가능성도 제기되는 양상이다. 세자릿수 환율에 임박할 정도로 원화 절상 압력이 가중되면 고강도 개입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들은 8일 원화 절상폭이 상당하다면서 환율 쏠림 가능성을 우려했다.

◇당국자들 "환율 많이 빠졌다"

외환당국은 달러화가 지난 3월말 1,080원대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1,020원대로 급락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화 일중 변동폭은 그리 크지 않더라도 월중으로 살펴보면 무려 50원 급락한 수준이다.

'환율 레벨보다 변동성 관리'를 개입스탠스로 내건 외환당국으로서는 손놓고 있기 어려운 흐름이다.

한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환율 쏠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 등을 감안해도 최근 달러화의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8일 오전 11시1분 송고된 '당국, 채권 등 환투기 "쏠림 주시" 기사 참고)

또 다른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 쏠림을 우려할 만하다"며 "오버슈팅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당국 개입 타이밍 '저울질'

달러화가 1,020원선을 위협한다고 해서 당국이 특정 레벨을 방어하기는 어렵다. 당국이 민감해 하는 레벨을 서울환시에 인식시키더라도 저점 매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변수가 없다면 달러화 추가 하락은 물론 개입 효과가 떨어지는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환당국은 지난 4월10일 1,030.00원선을 앞두고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 하락세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1,030.00~1,040.00원 레인지에 머무르던 달러화는 4월말부터 다시금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선지 한달 만에 섣불리 같은 대응을 하기보다 개입 강도를 높이거나 저점 매수 타이밍을 노릴 공산이 크다.

달러화는 지난해 9월초 1,100원선이 무너진 후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시 달러화는 경상수지 흑자기조,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 관측 약화 등이 합쳐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 수출업체 네고물량까지 집중돼 달러화는 10월말 1,055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10월24일 공동 구두개입에 실개입을 병행하고 나서야 일방적인 원화 강세는 잦아들었다. 달러화는 연말까지 1,050원대에서 레인지를 형성했다. 가랑비처럼 잦은 개입보다 강력한 실개입이 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세자릿수 용인 어렵다…한은ㆍ재정부, 공동 개입 가능성도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이 1,000원선을 위협받으면 외환당국이 지난해와 같은고강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환율 세자릿수 진입 방어는 외환당국이 또 한 번 칼을 빼 들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달러화는 1,020원선이 무너지면 1,000원대까지 저점을 열어둘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시장 포지션이 과도하게 숏포지션으로 기울면서 오버슈팅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시장 참가자는 "최근 환율 흐름은 지난해와 비슷한 패턴이지만 레벨 자체가 낮아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달러화가 1,020원선 아래로 하락할 경우 저점 매수세가 유발되면서 수요 곡선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환시 참가자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다소 약해진데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규모를 늘린 점 등을 볼 때 달러화 1,020원선 부근에서 강한 숏포지션을 구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외환당국이 1,000원선에 임박해서는 지난해처럼 공동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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