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감독 당국이 사상 최대 징계 조치를 단행하면서 금융권이 얼어붙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의 보안, 사고 등으로 임직원 300명 안팎이 이달 말에 일제히 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로 예정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 정례회의 사전에 징계를 통보받은 주요 대형사만 해도 국민,신한,우리,농협,스탠다드차타드,한국씨티 등 은행과 국민카드,롯데카드 등이 대상이다.

이중 전현직 CEO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고 50명 정도는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 숫자가 많다보니 제재 이유도 다양하다. 부당 대출 및 비자금 의혹, 불법 계좌조회, 횡령, 서류미비와 불완전 상품 판매, 고객 정보유출 등으로 크고 작은 제재가 수순을 밟고 있다.

제재 숫자가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은 금융권의 각종 사고가 잦아진 탓도 있겠지만 기강 해이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당국 수뇌부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검사의지를 갖춘 측면도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검사와 제재 관행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고, 이에 따라 어느 때보다 검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된 결과다.

대규모 제재에 직면한 금융권은 금융권대로 최악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생명보험 `빅3'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은 최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증권업계도 삼성,대신,현대증권 등 대형사들이 지점 통폐합은 물론, 업권 전체적으로 1천500명에 달하는 인력에 대해 연내 구조조정할 예정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씨티은행이 희망퇴직을 추진하면서 은행권 전체적으로도 인력 감축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기록적인 제재는 금융권을 피로로 몰아넣고 있다는 업계의 비판과 아우성이 들려온다.

규제와 제재가 강화된 것이 금융권의 부정과 부조리가 과연 증가한 것일까라는 회의의 목소리도 있고, 하필 업황이 취약해진 이런 어려운 시기에 강력한 칼을 휘두르는 감독당국의 저의에 의심하는 눈초리들도 있다.

당국의 적극적인 검사나 업계의 불만 가득한 반응 양쪽 어느 입장을 편들지 않더라도 한꺼번에 쏟아진 제재들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만한 상황이다.

제재 대상인 은행권의 각종 금융사고는 상당기간 시간이 지난 것들이고, 검사 결과도 길게는 수년이 지나서 나온다. 현직 CEO의 책임이 아닌 일도 있다.

감독 당국의 검사 능력이 문제인지 관행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당시엔 막강했던 관피아 CEO들의 힘으로 눌러왔던 일들이 지금에서야 터져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감독 당국이나 정치권의 금융계 인사 개입이 낳은 금융윤리의 붕괴가 초유의 제재를 몰고 온 것이라는 금융권 내부의 지적처럼 이번 대규모 징계는 한국 금융계에 큰 상처를 남겨줄 것 같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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