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주 전산시스템 전환을 둘러싼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간 갈등이 국민은행 감사부와 IT본부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은행 감사부는 주 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전환할 경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KB금융 임원이 컨설팅 보고서에서 고의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은행 IT본부가 BMT(성능검증)시 시스템 성능과 용량 확장성,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도 검증 항목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은행 IT본부는 유닉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단순 추정이었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BMT는 항목을 줄여도 성능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 전산시스템 전환 실무를 담당한 국민은행 IT본부는 최근 감사부의 지적사항을 반박하는 내용의 자료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 감사부가 금감원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언스트앤영(E&Y)이 작성한 컨설팅 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KB금융 임원에 의해 고의로 삭제됐다는 주장이 담겼다. 유닉스 전환이 대세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감사부는 이를 '부당한 개입'이라고 표현했다.

IT본부는 그러나 E&Y가 계산한 전환 리스크가 명확한 근거 없는 단순 추정이었기 때문에 컨설팅 보고서에서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Y는 항목별로 유닉스 전환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높음'과 '중간', '낮음' 3단계로 단순하게 구분했다. 또 항목별로 5~20%의 전환 비용이 들 것으로 임의로 가정하고 전환 리스크 금액을 추정했다.

IT본부 관계자는 "(컨설팅 보고서의)신뢰하기 어려운 추정치를 보고하는 것이 비상식적인 행위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감사부는 또 IT본부가 BMT 수행시 시스템 성능과 용량 확장성,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이사회에 축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차세대 시스템 전산기종 선정 당시 83개였던 검증 항목이 이번 검증에서는 17개로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17개 항목 중 10개만 실제로 검증하는 등 부실 검증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IT본부는 17개 항목만 검증해도 총 거래량의 65%를 차지하는 35개 핵심거래 대상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17개 중 7개 항목은 유닉스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리스크가 낮고 검증된 기능이라 수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선 IT본부 관계자는 "17개 검증항목 중 리스크가 낮은 7개 항목은 미수행으로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에게도 보고했다"며 "검증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프로젝트 중간에 처리 성능을 측정해 성능 목표치에 미달하면 사업자가 부족한 용량을 무제한 공급하도록 하는 대비책도 마련해놓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IT본부 일부는 감사부의 감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감사 중 업무와 관련이 없는 전자우편과 전화통화 목록, 휴대전화 문자까지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 전산시스템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국민은행 내부의 진실 공방으로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빨리 매듭이 지어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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