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즉석밥 브랜드 햇반으로 대표되는 CJ제일제당 제품의 납품가를 놓고 벌어진 CJ그룹과 쿠팡 간 대립인 '햇반 전쟁'이 확산하는 양상입니다. 당초 CJ제일제당이 온라인 판로 유지를 위해 e커머스 시장의 최강자인 쿠팡에 숙이고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양사가 주요 사업 영역에서 계속 부딪히며 전선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2회에 걸쳐 쿠팡에 사실상 포위된 CJ그룹의 상황과, 이에 대한 CJ그룹 대응을 살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CJ그룹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 CJ올리브영이 각 사업영역에서 쿠팡과 갈등을 빚고 있다.

CJ그룹 CI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통에서 시작된 갈등 양상이 식품과 물류, 콘텐츠까지 번진 데다, CJ 계열사들의 실적이 쿠팡에 잠식당하는 양상이 벌어지면서 CJ그룹이 사실상 쿠팡에 포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CJ대한통운 v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14일 택배 없는 날을 놓고 쿠팡을 저격하고 나섰다.

택배 없는 날은 택배기사들이 징검다리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2020년 고용노동부 등과 합의해 도입한 제도다. 통상 광복절 휴일을 앞둔 8월 13일 또는 14일로 지정·운영돼왔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은 올해도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일요일인 13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 사흘 연휴를 보장했다.

그런데 택배 없는 날에 불참해온 쿠팡이 지난 4일 '쿠팡은 1년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기존 택배사들의 반발을 샀다.

쿠팡은 보도자료에서 "쉬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쉴 수 없어 여름휴가를 못 가는 택배기사를 위해 택배 없는 날을 지정했지만, 쿠팡의 택배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기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택배기사가 365일 언제든 휴가를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CLS가 휴무 없이 1년 365일 배송하는 것과 달리, 일반 택배 종사자는 일요일·공휴일은 물론 명절 휴무가 있을뿐더러 동료 기사와 협력하면 휴가를 갈 기회가 더 많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이 물류업계의 경쟁상대로 부상한 쿠팡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약 25%)의 위상을 가진 쿠팡은 로켓배송을 토대로 풀필먼트 서비스(통합 물류 관리)는 물론 택배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쿠팡은 2021년 CLS를 설립해 택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출범했다.

이미 택배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로 알려져 있다.

반면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44.3%로 지난해 말보다 1.4%포인트(p) 하락했다.


◇CJ-쿠팡 전쟁의 시작

CJ대한통운이 쿠팡 저격에 합세하면서 CJ그룹과 쿠팡 간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햇반 등 주요 제품의 납품가를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CJ제일제당과 대치해왔으며, 최근에는 CJ올리브영이 중소 뷰티업체의 납품을 방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전선을 넓혔다.

CJ제일제당은 납품가를 둘러싼 갈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즉석밥 등 일부 제품을 쿠팡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즉석밥 브랜드 햇반은 온오프라인 즉석밥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다.

그러자 쿠팡은 CJ제일제당 식품의 대체제로 중견·중소 기업들의 제품을 낙점하고 시장을 키워왔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식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20%가량 증가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중견·중소 식품 기업들이 가성비와 품질로 무장한 좋은 상품을 늘린 점이 핵심"이라고 CJ제일제당을 겨냥한 듯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신고했다.

CJ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우월한 시장 지위를 이용해 중소 납품업체와 쿠팡의 거래를 막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신고서에 "CJ올리브영이 쿠팡을 뷰티 시장에 진출한 시점부터 직접적인 경쟁사업자로 인식했다"라며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며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CJ올리브영 측은 "쿠팡에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바 없으며, 신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티빙 vs 쿠팡플레이

콘텐츠 부문에서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문에서는 CJ ENM의 자회사 티빙이 2020년 출범한 쿠팡플레이와 경쟁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지난 7월 쿠팡플레이의 월간사용자 수(MAU)는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기준 519만8천554명에 달했다.

이 중 41만7천986명이 티빙에서 쿠팡플레이로 유입된 사용자다.

쿠팡플레이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K리그 올스타의 여름 친선경기인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지난 6~7월 예매 및 중계하면서 사용자를 끌어들였다.

쿠팡이 올해 하반기 쿠팡플레이를 포함한 성장 사업에 4억달러(약 5천4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데 따라 OTT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