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30일(미국 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가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으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에 대한 별다른 힌트를 제시하지 않아 혼조 양상을 보였다.

국채가격은 성장률 '서프라이즈'로 큰 폭 하락했고,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유가는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하락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2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가 연율 4.0%(계절 조정치)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3.2%를 대폭 웃돈 결과다.

1분기 성장률도 당초 마이너스(-) 2.9%에서 -2.1%로 크게 상향 수정됐다.

연준이 물가지표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분기에 전년대비 2.3% 상승해 2012년 초 이후 처음으로 연준의 목표치 2%를 상회했다.

연준은 이날 이틀 일정의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다음 달부터 매달 자산매입 규모를 250억달러로 100억달러 더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경기평가에 소폭 변화를 줬으나 자산매입 종료 후에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2분기에 반등했다고 평가했으며,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2%를 밑돌 가능성은 다소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고용시장에 상당한 불경기가 여전히 관측되고 있어 앞으로 수개월 동안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FOMC 결과에 앞서 발표된 2분기 GDP가 호조를 보인 데다 연준이 저인플레 우려가 다소 약화했다는 언급을 해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일부 나왔으나, 대체로 연준의 '비둘기파' 입장은 그대로인 것으로 평가됐다.

◇ 주식시장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연준이 비둘기파적 기조를 유지해 조기금리 인상 우려가 다소 완화된 가운데 혼조세로 마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31.75포인트(0.19%) 하락한 16,880.36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0.12포인트(0.01%) 오른 1,970.07에 끝났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20포인트(0.45%) 상승한 4,462.90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데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했다.

주가는 그러나 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성장률이 견조하게 나와 연준이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부각돼 이내 약세로 돌아섰다.

연준은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더 줄이는 등 시장의 예상과 일치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지수는 이 덕분에 낙폭을 줄였으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7월 민간부문 고용은 21만8천명 증가한 것으로 ADP 전미고용보고서를 통해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 23만8천명 증가를 밑돌았으나 4개월 연속 20만명을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전날 장 마감 뒤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트위터의 주가가 20%가량 폭등했다.

트위터의 실적은 월드컵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으며 실적 발표 후 트위터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이동통신 업체인 스프린트는 가입자 감소세가 둔화해 2분기에 순익으로 전환했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3% 하락했다.

◇ 채권시장

미국 국채가격은 2분기 성장률 호조로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연준의 금리 인상 힌트가 없다는 사실에 낙폭이 줄어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튤렛프레본에 따르면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27/32포인트 내렸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9.7bp 높아진 연 2.558%를 보였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하루 상승폭으로 작년 11월8일 이후 최대를 경신했다.

3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장보다 1-23/32포인트 떨어졌고, 수익률은 8.9bp 상승한 3.314%를 기록했다.

5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8.1bp 오른 1.771%를 나타냈다.

이날 3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성장률 호조 뒤 201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를 웃도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표 호조 이후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2.48%까지 하락함에 따라 동일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한 시장관계자는 "유럽연합(EU)-러시아 긴장 고조로 유로존 경기 악영향 우려 속에 유럽 핵심국에 대한 안전자산 매입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미국 경제 호조로 Fed가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오후 1시에 국채입찰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나타내 국채가격은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재무부는 290억달러 어치의 7년만기 국채를 입찰했다. 낙찰금리는 2.250%로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입찰 수요 강도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58배로 최근 평균인 2.55배를 소폭 상회했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47.4%로 지난 4월 이후 최대를 보였다.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15.2%로 2012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연준은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있고 인플레가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음에도 주택시장 회복이 느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경기 조절정책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연준이 여전히 비둘기파임을 확인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말에 공개될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호조를 나타내고 실업률이 하락할 경우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전망에 급격히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무부는 이날 오전 150억달러 어치의 2년만기 변동금리부채권(FRN)을 입찰했다.

2년만기 FRN의 할인차액(Discount Margin)은 0.070%였다. 입찰 수요 강도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4.09배로 지난 1월 데뷔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46.7%를,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3.3%를 각각 기록했다.

응찰자들은 이번 입찰에서 13주짜리 미 국채(T-bill)보다 7bp의 추가 수익률을 요구했으며 이는 지난 4차례 입찰 때의 6.9bp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독일과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 갭이 확대됐다. 독일과 미국의 국채수익률 갭은 한때 1.36%포인트까지 확대돼 15년 만에 최대를 나타냈다. 작년 말에는 1.07%포인트였다.

독일과 미국의 국채수익률 갭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연준은 내년 중반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 외환시장

미국 달러화는 연준이 비둘기파적 모습을 나타냈으나 2분기 성장률 지표 호조에 따른 매입으로 엔화와 유로화에 상승세를 유지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102.79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02.12엔보다 0.67엔 높아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3397달러에 움직여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3408달러보다 0.0011달러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유로당 137.71엔을 나타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36.93엔보다 0.78엔 상승했다.

유로화는 지난 5월 이후 달러화에 2%가량 하락했음에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유로존의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과 디플레이션 위험 상존 등이 유로화에 하락압력을 가할 것"이라면서 "유로존 회복과 재정취약국들의 부채 축소 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나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차이가 유로화에 압박을 가하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달러화는 미국의 성장률 호조 이후 국채수익률이 상승해 엔화에 상승폭을 확대했고 유로화에도 강세를 이어갔다.

고용지표도 부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부각된 때문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GDP 호조 이후 Fed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공포심리 현상이 나타나 국채수익률이 상승함에 따라 달러화가 엔화에 특히 상승폭을 확대했다"고 풀이했다.

오후 2시에 FOMC 성명이 발표된 뒤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에 상승폭을 축소했다.

Fed가 1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추가 축소했으나 여전히 경기조절정책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비둘기파적 모습을 나타낸 것이 달러화 강세분위기를 다소 약화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이날 한때 1.3367달러까지 밀려 2013년 11월1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엔화에 103.02엔까지 올라 약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FOMC 성명은 예상 수준에 부합했다면서 그러나 `7월 실업률 하락.비농업부문 고용 증가'가 현실화된다면 Fed의 조기 금리인상 전망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8월1일(금) 공개될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23만5천명 증가할 것으로, 실업률은 0.1%포인트 하락한 6.0%를 보일 것으로 각각 예측했다.

◇ 원유시장

뉴욕유가는 2분기 성장률 호조와 주간 원유재고 감소폭 예상치 상회에도 전세계 공급 우위 장세 지속 전망으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70센트 하락한 100.27달러에 마쳤다.

이날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7월25일로 끝난 주간의 원유재고가 370만배럴 줄어든 3억6천74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플랫츠 조사치 220만배럴 감소를 상회한 것이며 원유재고 규모는 지난 2월28일로 끝난 주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것이다.

반면 주간 휘발유와 정제유 재고는 36만5천배럴과 78만9천배럴 각각 늘어났다. 애널리스트들은 휘발유와 정제유 재고가 110만배럴과 140만배럴 각각 늘어났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주 정유사들의 설비가동률은 93.5%로 하락했다.

전날 장 마감 뒤 미국석유협회(API)는 지난주 원유재고가 440만배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서방국들의 대 러시아 추가 제재에 따른 러시아발 지정학적 불안정에도 거래자들은 이를 무시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도 단기적으로 러시아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전세계 공급 과잉 지속 전망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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