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세는 미국, 처세는 일본, 실세는 중국이라고. 중국어 공부해." 요즘 인기를 끄는 TV 드라마 '미생'의 원작 웹툰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대기업 임원이 중국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부하직원에게 건넨 말이다. 4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지닌 최고 부자나라, 2위 경제대국, 미국의 70%에 육박하는 국내총생산(GDP), 13억 소비대국으로 전환 등 현재 중국을 수식하는 말의 면면을 보면 실세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지속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등 금융에서도 한단계 도약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17일부터 시행되는 '후강퉁'(호<삼수변에 扈>港通)도 그 중 하나의 작업이다. 후강퉁을 통해 시가총액 4조달러(한화 4천400억원) 규모의 중국 주식시장의 문이 외부에 열렸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제 상하이 A주를 홍콩거래소를 통해 직접 거래할 수 있다. 외부에 꽁꽁 닫았던 중국 자본시장의 빗장을 사실상 개방한다는 의미가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의 경제성장 과실을 향유할 수 있고, 중국은 선진 시장 기법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낙후된 금융에서도 중국이 '실세'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의 시장 개방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큰 그림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시진핑은 자신의 임기인 2022년까지 금융제도 개혁과 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를 완성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주식, 외환, 채권 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해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금융시장을 선진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라는 큰 틀의 목표 아래 유럽.아시아 국가들과 무역대금 결제시 위안화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와도 원-위안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원-위안 직거래 시장, 후강퉁 등 경제연계망이 촘촘히 구성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중국 경제권에 점점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후강퉁에 이어 후서퉁(상하이와 서울의 주식 교차매매)이 뚫릴 날도 머지 않아 올 것이다.

우리 증권가는 후강퉁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동안 먹거리가 별로 없던 증권사들은 이를 새로운 수익원 발굴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주식 관련 상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도 크다. 위안화 절상까지 되면 꿩먹고(주식투자 이익) 알먹는(환차익)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시장 개방을 두고 1990년대 이후의 한국 주식시장을 떠올린다. 개인투자자들의 투기판에 가까웠던 한국 증시가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나서는 블루칩 위주로 상승곡선을 그렸듯이 중국 주식시장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당시 2~3만원대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는 120만원에 거래되고, 현대차와 포스코도 20~3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인 주식투자자들은 주식을 도박과 비슷한 게임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단타 매매에 의존하는 개인들이 항상 외국인에게 패했듯이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된 한국 투자자들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격려한다.

저금리 시대에 부동자금은 오아시스를 만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치주를 골라서 묻어둘 것을 권한다. 중국판 삼성전자, 중국판 현대차를 찾으면 승산있다는 얘기다. 상하이 증시에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이 많다. 대부분 국유기업이 상장돼 있다보니 배당을 많이 주는 편이다. 한국 예금금리 1% 시대에 중국 증시 배당수익률 8%는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있다. 중국 주식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둔화와 은행 부실채권 문제 등 당면한 어려움과 각종 정책 리스크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된다. 폐쇄된 정보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환율 널뛰기 때문에 환차손을 입을 우려도 있다. 한편 우리 증권가에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증시에 있던 돈이 중국으로 돈이 몰려가면 국내 증시는 공동화(空洞化)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머니가 한국으로 물밀듯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국내 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간다면 우리 시장 기반이 취약헤질 수 있다. 종합적인 측면에서 중국 주식시장 개방은 우리 증권가나 투자자들에게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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