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월가 금융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 외신은 2일(미국시간) 월가 금융권에 몸담은 여성 선구자들을 인용, 현재 남녀차별이 사라진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하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모가베로 리앤드컴퍼니의 도린 모가베로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날에는 금융권에서 여성을 받아들이는 추세"라며 "그러나 여성이 처음 금융권에 진입할 때 남성과 동등하게 능력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성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사회 위원이 된 모가베로 CEO는 "우리 회사에서는 남성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고 여성이 전적으로 운용한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NYSE 경영전략 부사장인 코트니 헐 라임쿠흘러도 여성이 여러 가지 난관을 겪고 나서야 월가에 연착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헐 라임쿠흘러 부사장은 "월가뿐 아니라 미국 경제계에서 여성이 소수이고 발언권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이 이 업계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많은 장애물을 견뎌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월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나약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스스로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좋은 롤모델을 하나 정해놓은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1967년 NYSE 설립 175년 만에 여성 최초 회원이 된 뮤리얼 시버트는 다른 여성들에게 가능성을 일깨워준 인물이었다.

당시 시버트는 NYSE에 회원 신청을 했으나 보증을 부탁한 10명의 남성 중 9명에게 거절당했고, NYSE는 대신 시버트에게 44만5천달러에 이르는 회원권 가격을 충당하기 위한 은행의 대출 약속을 받아오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은행 측에서는 NYSE의 회원 가입 약속이 있어야 대출해주겠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버트는 같은 해 12월 28일 NYSE 최초의 여성 회원이 됐다.

시버트는 "고위직에 있는 남성들이 여성과 리더십을 나눠야 한다"며 "변화의 흐름에 맞추려면 새로운 시각과 경험이 필요하고 더 큰 풀에서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월가의 역사에 정통한 미국 칼럼니스트 존 스틸 고든은 "월가에는 남녀불평등이 지독하게 심한 곳"이라며 "월가는 전쟁터만큼 여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 여겨진 곳"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kkm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