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중국 명품업계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관시(關係)로 통하는 중국의 선물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공무원들에게 상납하던 뇌물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뇌물의 1순위 대상이었던 명품 선물이 뚝 끊겼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이 선호하는 선물 1위는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아이폰이라고 한다. 양띠해 춘제(春節)을 앞두고 양(羊) 문양을 새긴 금장 아이폰이 4천달러(450만원)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10%를 넘나들던 경제성장률이 7%선으로 뚝 떨어진 것도 명품 소비 감소의 이유다. 정부의 단속과 경기둔화 등 중국 경제 내부의 복합적인 요인들 때문에 '큰손' 중국인들의 소비가 줄어들자 글로벌 명품업체들은 요즘 실적 부진으로 울상이다.

중국인들의 명품 사랑은 이제 끝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아직 아니라고 말한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중국인들이 자기나라에서 사는 명품은 줄었으나 해외에서 사는 명품은 늘어나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인 앤 컴퍼니에 따르면 작년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소비한 명품은 국내 소비의 세배가 넘는다. 명품업체들은 해외 여행을 떠나는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구애를 한다.

둘째, 명품이 대중화된 탓에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고 있다. 루이뷔통, 샤넬처럼 남들 다 가지고 있는 명품보다 이름이 덜 알려져도 남들이 가지지 않는 새로운 명품을 좋아한다고 한다. 유명 명품업체들이 작년부터 중국시장에서 고전한 이유다. 요즘 중국의 고급 레스토랑에선 에르메스 핸드백을 들고 가도 쳐다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중국의 명품 지형 변화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주는 변수다. 요우커(遊客)들이 한국 여행을 오는 이유 중 하나가 명품 구매이기 때문이다. 중국 명품족이 세계로 뻗어가면서 우리는 파리와 뉴욕 등과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명품 업체들은 이미 이 지역에서 설 대목을 맞아 훙바오(紅包.설날에 선물을 담아주는 빨간 지갑) 마케팅으로 중국인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18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에 대략 12만명의 요우커가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인들의 소비성향을 파악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글로벌 큰손이 된 중국인들은 과거처럼 대량구매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관광 만족도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세계관광도시연합회의(WTCF)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여행객들이 가장 소비를 많이 하는 10개 도시에 서울과 부산이 포함됐다. 그러나 가장 만족스러운 여행지에 한국의 도시는 한 곳도 없었다. 물건을 사러 많이 오기는 하는데 관광하기에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뜻이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2014년 소매판매가 0.4% 감소했다. 중국 관광객이 1년만에 2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백화점.유통업체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중국인의 한국 여행도 마찬가지다. 중국 여행붐은 영원히 지속되는 게 아니라 한순간에 꺼질수도 있는 거품과 같다. 여행만족도를 높이지 못하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릴지 모를 일이다. 늦기 전에 중국 관광객의 마음을 읽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국제경제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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