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세계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스웨덴 주식시장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프랑스와 벨기에,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와 중국 등 아시아권 증시도 최근 급등세를 타고 있다. MSCI 전세계 지수는 지난달 25일까지 열흘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주가가 과열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중앙은행의 돈 풀기 정책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작년부터 잇따라 금리를 내린 데 이어 3월부터 본격적인 양적완화(QE)를 시작한다. 일본은 작년 10월 추가 양적완화 이후 '2기 아베노믹스'라는 말을 들으며 돈 풀기 정책을 확대했고 스웨덴과 호주는 올해 초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중국도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유동성 공급을 통해 사실상 돈 풀기 정책을 가동하고 있다.

돈줄죄기를 미루는 곳도 주가가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돈풀기 정책을 끝내고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으나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최근 의회 증언에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 주효해 주식시장이 랠리를 펼치고 있다. 영국도 금리인상이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주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대고,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든 이중의 호재를 발판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며 글로벌 증시가 '골디락스'국면에 들어섰고 평가하기도 한다.

주가가 의미있는 장벽을 뚫고 올라가다보니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의 돈 풀기가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증시거품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최악의 경제상황을 경험하고 있는데 주가만 오르고 있어 실물경제와 주가의 괴리가 심각하게 벌어진 형편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활성화로 연결되는 고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은 종업원의 임금을 올려 소비진작을 유도하고, 그게 다시 부메랑이 돼 기업실적을 좋게 하는 선순환 구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경제팀 관료들의 대부(代父)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앙은행 뒤에 숨는 각국 정치인과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앙은행의 돈 풀기로 정책이 끝나서는 안 되고 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공공투자와 구조개혁, 일자리 창출에 앞장섬으로써 경제회복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언을 했다. 루빈의 말은 금리 인하로 자산가격만 오르고 실물경제는 살아나지 못하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최경환 부총리 본인이 직접 말했듯이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국민의 삶에 파고드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루빈은 이번 기고문에서 "통화정책은 중요하지만 전지전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상황에 꼭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 정책당국도 그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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