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메리츠화재가 임직원 4명 중 1명을 구조조정하고도 오후 6시에 정시 퇴근하는 '칼퇴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화제다.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에도 정시 퇴근이 가능한 것은 보고서 작성과 대면보고를 줄인 결과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다음 달부터 퇴근 시간 이후 직원들의 개인용 컴퓨터(PC)를 자동 종료하는 'PC 오프제'를 시행한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사장 겸 메리츠화재 사장이 과도한 업무로 저하된 직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시 퇴근을 독려한 결과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선임된 후부터 정시 퇴근을 강조해 왔다. 그는 오후 6시 이후 근무하는 직원이 있는 부서의 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3진 아웃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가 이처럼 퇴근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은 보고서 작성과 대면보고 등 필요성이 크지 않으면서 시간은 들여야 하는 업무를 대폭 줄인 덕분이다.

메리츠화재 한 관계자는 "야근 이유의 대부분이 보고서 작성이었다"며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서 업무 시간이 단축된 데다 이전처럼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총괄임원에게만 문자나 전자우편을 통해 보고하고 전자 결재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의 이런 실험은 보험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김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지난해 임원의 절반인 15명에 대해 해임을 통보하고 올해 들어서는 직원 2천570명의 약 15.8%인 406명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내보냈다.

김 사장이 인력 운용에 메스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시절 '초대형 거점 점포화 전략'을 발표하고 전국 20개 지점을 5개 대형 점포로 개편했다.

또 영업직군 자리를 늘리고 이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신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증권업계의 대대적 구조조정 속에서도 메리츠증권의 직원 수는 유일하게 늘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천443억원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고, 매출액은 1조5천49억원으로 77.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천447억원으로 180.7%나 증가했다.

김 사장은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부임한 후에도 조직 개편을 통해 8총괄 31본부 1담당 134팀의 방대한 조직을 3총괄 4실 1부문 27본부 124파트로 단순화했다.

또 대면영업 채널의 지원조직 단순화를 위해 기존 지역본부→지역단→영업지점의 3단계를 지역본부→영업지점으로 슬림화해 고객 접점에서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기존 '7본부 40지역단 38신인육성센터 232지점'이 '11본부 39신인육성센터 220지점'으로 개편했다.

김 사장의 실험은 다만 아직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메리츠화재의 지난 1월 당기순이익은 62억6천3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5% 감소했다. 구조조정 비용으로 당분간 실적이 개선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하락과 위험손해율 상승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 출신인 김 사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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