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비즈니스 키워드는 중국이다. 대규모 브라질 국채 판매로 속앓이를 하던 삼성이 중국 본토펀드를 내세워 손실 만회에 나선 셈이다.

◇ '브라질→중국', 삼성의 패러다임 시프트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달 초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에게 안내문을 전달했다. 브라질 현지 탐방 결과가 담긴 안내문에는 브라질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헤알화 약세를 내다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브라질 국채 투자 비중을 축소하라는 뜻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2년 이후 '중위험 중수익'을 신조로 공격적인 브라질 채권 판매에 나섰다. 이후 토빈세까지 폐지되자 삼성증권의 브라질 채권 판매액은 한때 2조3천억원을 웃돌며 업계에서 '삼성=브라질채권'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던 삼성증권이 브라질 국채 비중을 조용히, 본격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삼성증권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브라질 경기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암묵적으로 PB들 사이에서도 (브라질 국채 투자)비중을 줄이자는 인식이 생겼다"며 "지금은 재투자하는 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고 개인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일정 비중 이상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PB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상품 중에는 중국 관련 상품이 많다"며 "특히 중국 본토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업계는 삼성증권의 변화를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삼성증권에서 판매된 중국(홍콩H) 및 중국 본토펀드 판매잔고는 3천713억원 정도. 특히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이 선보인 '삼성 CHINA 본토 포커스'와 '삼성 누버거버먼 차이나', '중국본토 중소형 포커스', '삼성CHINA 2.0' 펀드 시리즈에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A 증권사 리테일 본부장은 "삼성증권에서 브라질 국채로 손실을 본 고액자산가들이 대거 이탈 조짐을 나타냈을 때 삼성이 제시한 상품이 중국"이라며 "2조가 넘던 브라질 국채 판매 잔고가 지금은 1조5천억원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중국 관련상품 판매액은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브라질을 앞세우던 삼성이 중국으로 방향을 튼 것은 업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그만큼 시장과 업계의 패러다임도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中 잡아라"…범 그룹적 지원사격의 배경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이 중국이란 키워드를 내세운 데는 그룹의 지원도 한 몫했다.

올해 초 삼성그룹은 삼성자산운용의 중국 본토펀드에 500억원의 시딩 자금을 집행했다. 그룹이 자금을 집행했다는 소식에 금융투자업계도 크게 놀랐다.

B 자산운용사 임원은 "500억원의 자금 규모는 사실상 크지 않지만, 삼성그룹이 이제 막 설정된 펀드에 지원사격을 나섰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기대치도 크다는 뜻이고 앞으로 삼성운용과 중국 펀드를 키우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지난 3월 삼성증권이 중국 중신증권과 맺은 전략적 업무 제휴에도 삼성그룹의 힘이 작용했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중국의 대표 국유 투자회사 시틱(CITIC) 그룹의 계열 증권사다. 시틱 그룹은 지난해 연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독립 사외이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양 그룹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말 시틱 그룹의 대표를 직접 만나 삼성증권과 시틱 그룹의 협력을 확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사의 증권사 간 기본적인 증권업무 외 ETF 및 관련 상품 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제휴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삼성증권은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후강퉁 시행 이후 주식중개에서도 삼성증권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 증권사 증권업 연구원은 "1분기에만 최소 50억원의 후강퉁 주식 중개 수수료를 챙긴 삼성증권은 하반기 그 성장세가 더 주목되는 증권사"라며 "계열 자산운용사와 함께 중국 시장을 통해 얻는 수익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중국 현지 증권사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제휴를 맺은 것도 앞으로 시행될 선강퉁 등 다양한 환경 변화를 고려한 전략일 것"이라며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현 시점에서 가장 긍정적인 곳이 삼성"이라고 평가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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