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과 일본의 신 밀월 관계는 우리 경제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동맹은 경제협력의 토대 위에 형성된 외교.군사적 협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의 엔저 정책을 묵인하는 한편 달러가치의 강세를 수용함으로써 일본 경제의 부활을 지지하고 있다. 일본은 엔저로 벌어들인 외화를 미국 국채에 다시 투자해 미국과 윈윈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중국을 제치고 미국채 보유 1위국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일본은 외교관계 뿐만 아니라 경제 관계에서도 전례없는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밀월관계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다는 점이다. 엔화 약세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자동차와 첨단정보기술(IT) 산업 등 일본과 경쟁하는 주요 수출 품목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엔화는 떨어지는데 원화가치는 되레 올라서 생기는 일이다. 한국은 일본이 일으킨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우리도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이 최근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에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미국은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대는 일본의 환율정책은 문제삼지 않으면서도 속도조절에 불과한 우리 환율정책에 대해서는 강도높게 채찍질하고 있다. 우리로선 억울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힘 센 미국에 마음 먹고 반박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국과 일본간 밀월관계가 더욱 깊어지면서 당분간 120엔을 중심으로 한 엔저 현상이 고착화될 전망이다. 엔화 약세로 고통받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요소다. 미국과 일본의 암묵적인 환율정책 공조 속에 한국만 외톨이 신세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번 방미 기간 중 나온 소식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의 고향에서 빚은 사케로 '간파이'를 외치며 축배를 들었고, 일본 시 하이쿠(俳句)를 낭송하며 미국과 일본의 우정과 화합을 노래했다. 태평양 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아베 총리는 영어로 또박또박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같이 미국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형도가 급격히 변하면서 외교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큰 파도가 몰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 건은 환율이다. 환율을 잡지 못하면 안 그래도 허약한 경제펀더멘털이 더 나빠질 우려가 있다. 우리 경제의 콘트롤 타워가 지금이라도 각별히 신경써주기를 기대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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