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CMA 등 수시 입출금식 금융상품을 놓고 일전을 벌였던 은행과 증권사가 이번에는 외환거래 시장에서 일전을 불사할 전망이다. 정부의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으로 증권사의 외국환업무가 확대되면서 은행과의 물량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거래량 대부분을 장악한 은행권은 아직 느긋하다. 증권사들이 대고객 현물환 거래를 하더라도 거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17일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외국환거래규정 개정으로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관련 대고객 현물환 거래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실질적인 거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에 따르면 확대된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 취급 범위는 외화증권 발행의 주선, 인수, 인수계약을 체결한 펀드의 운용자금, 상환대금 및 각종 수수료 지급, M&A중개, 주선, 대리업무 수행 등과 관련된 환전 등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서울외환시장에서 현물환 거래에 나서더라도 크레디트라인 확보가 발목을 꽉 잡고 있다. 은행과 물량 경쟁을 하려고 해도 외환시장 자체에서 또 다른 걸림돌이 작용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인터뱅크간 시장에서 물량을 커버하려면 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인터뱅크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증권사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문제는 은행들이 상대 증권사들에 거래 한도를 열어줄지 여부"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M&A 자금이나 외화증권 발행 관련 환전을 하려고 해도 은행의 도움이 없이는 사실상 거래가 힘든 실정이다. 크레디트라인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고객 물량을 원활히 소화하기가 어렵다.

또 다른 외환딜러도 "예를 들어 M&A자금이 크게 들어온다면 증권사 혼자 환전하기는 어렵고 주선 업무를 하더라도 펀딩이나 관계 은행들이 참여자로 구성될 수 밖에 없다"며 "실제로 규정 개정을 통해 열어주더라도 대형 은행에 파생상품 라인이 없는 증권사들이 전액 환전, 헤지를 마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대형은행은 아예 증권사에 거래 한도를 안주는 경우가 많고 한도를 열어주더라도 라인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수 외환시장운영협의회 회장은 "증권사들이 외환업무를 확대하더라도 외환시장에서 라인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물량이 커지면 외환시장에 들어오더라도 거래가 원활치 못할 수 있어 제때 소화가 안됨으로써 시장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증권사들의 IB업무 관련 대고객 현물환 거래를 허용해줬으나 크레디트라인 등에 대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

이장로 기획재정부 과장은 "크레디트라인 문제는 시장 의견을 들어봐야할 것"이라며 "규정 개정을 통해 증권사들의 외국환업무 규제를 풀어준 것일 뿐 본격으로 IB업무를 확대하거나 크레디트라인 관련 대안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들의 크레디트라인이 부족한 점이 규제 때문인지, 시장 상황 때문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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