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40원대에 진입했다가 이내 하락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수급주체별로 거래 패턴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달러-원 환율 수요 쪽은 결제수요와 외국인 배당금 수요가, 공급 쪽은 네고물량이 자리잡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들 수급 주체별 움직이는 패턴이 달라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1,140원선을 중심으로 좁은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배당역송금 = 이 중 이번주 가장 주목받은 수급 변수는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수요다. 주초 삼성전자 배당급 지급을 필두로 주식자금을 처리하는 커스터디뱅크를 중심으로 외국인 배당 역송금이 유입됐다.

이는 최근 외국인 주식 순매도 관련 달러 역송금과 맞물리며 달러화를 지지하고 있다. 달러화가 1,130원대에서 좀처럼 빠지지 않는 것도 이 자금의 영향이 컸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4월 중순부터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과 주식 순매도 관련 역송금이 겹치면서 달러 매수 쪽이 우위를 보였다"며 "하루 평균 최소 3~4억달러는 되는 것은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수요는 삼성전자, LG,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SK텔레콤 등 굵직한 물량들이 대부분 소화되면서 차츰 영향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B은행의 또 다른 외환딜러는 "이번주에 큰 규모의 외국인 주식 배당금 지급은 대부분 마무리된 듯하다"며 "다음주 S-오일이 남아있으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 등 결제 수요 = 수입업체 결제수요는 여전히 달러화에 하방 경직성을 주고 있다. 주로 저점 매수에 나서던 세력이었으나 최근에는 달러화가 오르면 더욱 서둘러 유입되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선물환 매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에너지기업 등의 선물환 매입은 284억달러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1월에 114억달러, 2월에는 83억달러, 3월에는 86억달러를 각각 사들였다.

이는 달러-원 환율 하락세를 제한하는 변수로 톡톡히 한 몫했다.

C은행의 또 다른 외환딜러는 "정유사 등의 결제수요는 큰 물량은 아닌데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예전에는 저점 매수에 치중하는 경향이 컸는데 최근에는 달러화가 1,140원 부근으로 오르더라도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리스크와 유럽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달러화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결제 수요는 레벨 불문하고 나오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네고 물량 =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예상보다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에 네고물량이 달러화 상승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네고물량이 별로 없어도 추격 매수가 주춤해지면서 달러화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

올해초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수출업체 선물환 매도는 감소했다. 수출업체들은 올해 1분기에 215억달러 어치의 선물환을 팔았으나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분기별로 약 300억달러 이상을 매도한 데 비하면 규모가 축소됐다.

D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네고물량이 전반적으로 많이 줄어든 느낌"이라며 "1,140원대에서 유입되기는 하나 최근 장세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투자자도 롱 쪽으로 치우쳐 있어 1,140원대 초중반에서는 자연스럽게 일부 매도가 이뤄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리스크가 남아있어 달러화가 수차례 1,140원대 안착을 시도함에 따라 수출업체들 입장에서도 굳이 서둘러서 달러를 팔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