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을 보면 가업을 승계해서 사세를 크게 일으킨 2,3세 경영자들도 있지만 정반대 경우는 더 많다.

美 컨설팅 업체인 가족기업연구소(Family Business Institute)에 따르면 가족기업이 2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전체의 30%, 3대까지 건재하는 장수기업 비율은 12%, 4대 이상까지 살아남는 초장수 기업 비율은 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이것은 주로 미주와 유럽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지만, 우리 속담에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듯이 국내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기업', 즉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대기업이라는 형태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기업의 절반 이상이 가족기업이라는 추산도 있으며, 대부분 선진국가의 유명기업들도 가족기업이 상당수다.

가족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33%, 프랑스와 독일의 250대 기업의 40%,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대기업의 60% 이상이 가족기업이라고 한다.

크고 작은 가족기업들은 실제로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연스럽게 경영승계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에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경영 컨설팅사인 ㈜아인스파트너 신경수 대표는 "2세, 3세 경영자의 성공의 포인트는 ▲가족중력(Family Gravity) ▲공정인사(Clean HR System)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강조한다.

`가족중력'은 창업주 가족의 일치된 단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원을 말한다. 창업주의 정신이 기업을 지지하는 정신적인 바탕으로 유지돼야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형제들 간에 생긴 권력암투와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가 풍비박산난 사례가 많듯, 가족중력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정인사' 요인의 경우 회장님과 후계자로 유력한 2세 경영인, 측인 친척인 아무개 등의 라인이 꼬여서 회사를 망치는 경우를 말한다. 당연히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조직 내 불만과 질서가 교란된다.

현재 이러한 승계 과정이 일부, 혹은 전격 진행되고 있는 가족기업을 꼽으라면 삼성과 현대차, 한화 등 상당수다.

승계 과정에서 또 한가지 경계해야 할 일은 `주주 지배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창업주 내지 전 세대 경영인 선대가 지녔던 `주주 지배력'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이 부분의 논의에 대한 경제윤리학적인 비판은 생략한다는 전제하에,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행해졌던 보이지 않는 힘과 노하우(?)를 승계자가 얼마나 잘 이해하고 전수됐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이 매끄럽지 않을 경우 엘리엇과 같은 공격적 자본들이 기업의 취약한 틈을 통해 기업을 압박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오너가족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을 교란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우려되는 것이다. 투기적 자본들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가족기업들은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 지 모르겠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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