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변명섭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공사화하는 방안을 본격화한다. 현재의 기금운용체계가 자산 500조원의 기금을 효과적으로 관리·운용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오는 21일 발표하는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안'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떼어 내 공사화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별도의 상설기구로 만드는 방안 등이 담긴다.

◇정부 국민연금 개편 청사진은

보사연은 먼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기금운용공사를 만들어서 투자 정책에 관한 전문성 강화를 꾀하기로 했다.

기금운용공사는 정부의 출자나 자본금이 없는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최고의사결정은 기금운용위원회가 맡는다. 공사는 기금운용위원회로부터 조직과 인력, 예산 승인, 성과평가, 보상을 받지만 개별 투자의사 결정에 대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기금운용위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별도의 사무국을 둔 상설기구로 만든다. 현재 복지부 장관이 맡은 위원장은 민간 전문가가 맡아 수익률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기로 했다.

다만 위원은 가입자가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한다. 현재 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위원 5명과 민간위원 14명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자산운용 전문가가 없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국민연금 심의위원회도 복지부 차관이 주재하던 것에서 장관급 국민연금 정책위원회로 격상해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재정목표 수립, 제도 개혁 등 국민연금 제도를 총괄한다.

또 공사와 기금운용위, 국민연금 정책위는 상호간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공사화 주장 이유는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기금운용위의 독립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의 기금 관리체계는 복지부 장관 산하에 심의위와 기금운용위가 속해있고 그 아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구성된 형태다.

이러한 체계상으로는 기금운용위가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보사연의 지적이다.

보사연은 가입자와 수급자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위원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고 연 5~6회에 불과한 회의로는 기금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작성한 안건을 형식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한 것이다.

법체계상으로는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의위가 재정계산을 해 장기재정 균형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재정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보험료수준과 기금 수익률을 정해야 한다.

5년마다 진행되는 재정계산은 별도의 위원회가 구성돼 논의되고 있는 상태고 재정계산위원회에서도 재정목표하에 기금의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보사연은 "기금운용목표가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아 기금운용을 집행하는 조직에 대한 역할도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사연은 현행 기금 운용 방식을 고려할 때 해외 대체투자가 절실한 상태이며 이와 관련한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전문가를 끌어오기에는 조직체계상의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사연은 "우수한 인력을 끌어올리려면 금융조직이 아닌 공단조직의 부서원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지원부서와 운용조직이 완전하게 갖춰진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연기금 어떤 체계 갖췄나

국민연금과 비교할 수 있는 해외 조직은 캐나다 공적연금공사(CPPIB)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등 이다.

캐나다 공적연금공사는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이 분리돼 있다. 기금운용이 공사형태로 분리돼 있다. 이사회는 지역별로 금융전문가들이 맡고 있고 기금운용조직만 1천명으로 전문 금융투자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은 공공기관내 일부 조직으로 투자 회사(Investment Office)를 두고 있으며 총 341명의 투자운용직을 고용하고 이는 공공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자산군별로 부서에서 해당자산을 전부 외부에 위탁한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은 기금의 관리·운용 업무를 별도의 외부운용 기관에 위임하고 이사회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한다.

보사연은 "외국 사례를 볼 때 기금운용 조직은 금융전문조직으로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조직체계가 되려면 공단과의 분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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