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독설을 또 쏟아냈다.

크루그먼 교수는 1일(미국 동부시간) 미국의 금융 전문채널인 '더 데일리 틱커(The Daily Ticker)'에 출연, 버냉키 의장이 변심한 것은 공화당의 정치적 위협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하지 못하고 학자로서의 소신을 저버린 채 `복지부동(伏地不動)'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 간의 논쟁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24일.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버냉키 의장이 과거 교수 시절에 했던 얘기와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하면 실업률을 더 효과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데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냉키 의장은 발끈했다.

버냉키 의장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변화된 것이 없다"며 인플레이션 목표를 2% 이상으로 올려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무모한 정책"이라고 일축해버렸다.

이에 또다시 크루그먼 교수가 버냉키 의장이 변심(?)한 구체적 이유를 거론한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방송 스튜디오에 출연해 현재 인플레이션은 잘 제어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은 우려할 만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실업률을 더 떨어뜨리기 위해 3∼4%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보다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QE3)을 내놓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그동안의 논쟁을 이같이 요약 정리한 후 바로 버냉키 의장이 변심한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는 연준이 위험성을 내포한 정책을 선호하지 않는 데 있지만 버냉키가 이런 연준의 내부 분위기에 일정부분 동화됐다"고 지적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작년 버냉키 의장을 `반역죄'로 고발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정치적 위협에 버냉키 의장과 연준이 굴복했다는 것이다.

둘 간의 논쟁이 관심을 끈 것은 통화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와 버냉키 의장은 59세 동갑내기로, 프린스턴대에서 같이 교수 생활을 했다.

학문적 견해도 같았다. 경제 침체 위기를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타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런 두 석학이 이제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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