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 1위의 수주잔량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에 최대 3조원의 영업손실을 예고하면서 그 충격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간 대우조선은 누적된 손실을 떨궈내지 않고 흑자기업인양 행세를 해왔다. 언제부터 부실을 숨겨왔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당장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를 보유한 채권자들은 '멘붕' 상태다. 조선업황이 나쁜 것은 익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설마 대우조선이 실적까지 속이고 있었을 것으로 상상한 투자자는 없었을 터다.

지난 3월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에 국민연금까지 투자한 것을 보면 그야말로 투자자들은 대우조선에 깜빡 속아 넘어간 것이다.

대우조선의 전임 경영진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일부러 부실을 꼭꼭 숨겨왔는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다.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아무리 구조조정 기업의 주식을 출자전환 형태로 받아 대주주가 됐다고는 하지만 막대한 부실이 발생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들이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사실을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이 영업이익을 낸 것에 하등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러니 대우조선에 대해 뒤늦게 메스를 들이대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꼴이 볼썽 사납다. 이제부터라도 산은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회사에 대해 제대로 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물론 부실을 초래한 책임을 묻는 일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2001년 산업은행 주도로 워크아웃을 벗어난 기업이 또다시 워크아웃이나 자율개선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책임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투자회사들도 문제다. 올들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100건이 넘는 대우조선 분석보고서 가운데 위험을 경고한 리포트나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외려 `매수' 의견을 자신있게 내놓은 보고서들까지 있었다.

신용평가사들도 마찬가지다. 사단이 나고서야 평가등급을 우르르 하향 조정한 것은 업의 본질을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을 `2011년 조선업계 최초 지속가능 우수기업'으로 선정한 기관도 있었다.

이쯤되면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투자금융업계와 신용평가사들이 공동으로 투자자와 국민을 기만한 셈이다. 대우조선에 대한 투자와 평가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등 자신들의 소임을 방기한 결과이기도 하다.

엉터리 투자보고서와 부실한 신용평가, 잘못된 투자결정, 게다가 감독당국의 무능력으로 인한 충격과 손실은 일반 투자자들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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