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내고도 채용 확대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성장·저금리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39개 보험사는 4조4천74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380억원(30.2%) 증가한 규모다.

순이익 증가에도 보험사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낮은 수준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는 78만9천명으로 전체 취업자(2천609만8천명) 중 3.0%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보험사 임직원 수 역시 감소했다. 지난 1분기 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임직원 수는 총 6만6천627명으로 1년 전보다 8천653명(12.9%) 줄었다.

보험사들이 상반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채용 확대에 소극적인 것은 저성장·저금리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영향이다. 실제 상반기 보험사의 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보험료 수익 증가보다는 저금리를 틈탄 보유채권 매각과 같은 비경상 요인이 주를 이뤘다.

상반기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일회성 실적 개선 요인도 발생했다. 손해율을 좌우하는 교통량과 자동차 사고 건수가 메르스로 눈에 띄게 감소한 데다 보험금 청구도 줄며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톡톡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정부가 청년 채용 확대의 선결 조건으로 꼽은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보험사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3대 대형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대형 손해보험사 중 임금피크제 도입이 결정된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동부화재 3곳뿐이다.

그러나 높은 청년실업률과 정부의 고용 확대 정책에 발맞춰 보험사들도 적극적인 채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부총리로 재임하면서 청년들이 취직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가장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데다 메르스 효과가 이어지며 보험사들의 실적도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에는 손보사 뿐 아니라 생보사들도 보험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어 이 또한 실적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 기조는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3분기 실적을 확인할 시점에는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 재료가 한번 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보험금 청구 시기가 일반적으로 1~2개월 늦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3분기에도 손해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상반기에 영향을 끼친 메르스 효과가 하반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보험사가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올해는 고용 확대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보험사에서 퇴직한 인력은 보험대리점(GA)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임직원 수가 줄었다고 해서 보험사들이 반드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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