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피델리티 대표 "최대주주, 회사 경영진 만나는 일 당연"

최광 이사장 복지부 상대 거짓말 논란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거론하며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비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최광 이사장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기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일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당시 현명한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전 한국주식부문 대표는 23일 "어느 기업의 최대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해당 그룹의 최고 경영자를 만나는 일은 해외투자자에게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국민연금을 이끄는 이사장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IT기업 애플(Apple)을 예로 들었다.

그는 "피델리티가 약 5년 전 애플의 지분 7%를 보유할 당시 최고 경영자였던 팀 쿡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며 "당시 애플의 최대주주였던 피델리티로서는 그룹의 최고경영진을 만나 지분투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애플의 미래가치에 대해 설명을 듣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그룹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도 현역시절 수시로 최대주주들를 만나 기업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대표이사 역시 "홍완선 본부장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최고 경영자 역할을 하는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은 전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계열사 간 합병이라는 큰 건을 앞두고 홍완선 본부장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광 이사장은 여러 정황상 홍완선 본부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기 전 충분히 이에 대해 보고 받았지만 복지부를 상대로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상 기금운용본부장은 주요 미팅 건을 이사장에게 사전보고와 사후보고를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어겼을 때는 감사대상으로 처리하면 되고 굳이 이사장이 뒤늦게 거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민연금 한 전직 임원은 "기금운용본부장이 사전에 보고하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을 가능성은 없다"며 "국민연금이 어떤 조직인데 아랫사람(기금운용본부장)이 윗사람(이사장)에게 보고도 없이 삼성그룹의 수장을 만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홍 본부장이) 유선상이든 대면보고든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기 전과 후에 보고는 했을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중요한 보고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는 이사장 책임일 수도 있다"고 거론했다.

홍완선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기 열흘 전인 지난 7월7일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홍 본부장은 지난 9월14일 국회 정무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용 부회장을 합병 전에 만났다고 인정했고 이후 지난달 5일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최광 이사장은 지난달 5일 국정감사에서 홍완선 본부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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