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조정의 위험과 비용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일부 금통위원은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3%대 중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경기회복세가 한은의 전망에 부합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우려됐다.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지난달 금리결정 의사록을 보면 A 금통위원은 "금융여건과 실물경기의 연계성이 약화하면서 금리조정에 수반되는 위험과 비용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성장잠재력의 빠른 훼손을 방지하려면 구조개혁의 추진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에서 금리를 내릴 만한 요인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함께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금통위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의 물가상승률이 우리 경제의 적정 인플레이션 추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일본 등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등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압력이 높아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성이 저해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유휴생산력은 확대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과 대출 증가세가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선제적 대비가 요구되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민간신용이 생산적 부문보다 주택시장 과열이나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 역할을 해 구조조정을 제약한다고도 지적했다. 외국인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급격하게 조정하는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내외적으로 어느 쪽으로 금리를 움직여도 위험을 촉발할 수 있는 셈이다.

기준금리를 움직여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B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는 수출에 의해 성장이 제약돼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성장률이 3% 내외에서 변동하는 새로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현재의 낮은 성장률이 낮아진 잠재성장률에 의한 것이라면 통화정책으로 이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구조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C 금통위원은 "지금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D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은 최소한의 성장과 인플레이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사회가 스스로 문제 치유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저물가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E 금통위원은 "근원인플레이션이 담뱃값 인상효과를 제외하면 1.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저물가의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며 "원화 약세가 되돌려지면서 환율상승이 저물가를 완화하는 효과도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올해 및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 수준 낮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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