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한국은행의 경기 우려가 깊어졌다. 글로벌 성장세가 약해지면서 한은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외 금리인하론자들이목소리를 키우면서 추가로 나올 경제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과 국내외 민간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 따르면 한은을 제외한 경제전문가 다수가 내년 국내 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2.6%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2.7%, 2.8%를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 10월 전망에서 3.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차이가 최대 0.6%포인트까지 난다.

해외 투자은행(IB)으로 눈을 돌리면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다. 씨티그룹은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2.4%로 더 떨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노무라 증권은 2.5%, 모건스탠리와 BNP파리바는 2.4%를 전망했다.

아직 3%대 성장을 예상하는 기관들도 여러 곳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성장세가 약해지면서 우리나라가 이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글로벌 교역이 활발하지 못하면 수출 부진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GDP의 절반은 수출에서 나온다.

한은 총재도 이러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월 전망 이후 글로벌 성장세가 약화하고 유가 하락폭도 예상보다 크다고 전했다. 내수의 뒷받침이 약하면 2%대 성장에서 멈출 수 있다. 국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몇 달 전만 해도 이주열 한은 총재가 2%대 성장을 전망하는 일부 IB들의 의견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 소수 의견으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그게 대세가 돼 버렸다"며 "한은의 성장전망대로 간다는 확신도 이전보다 약해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론자들의 자신감은 확대했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크게 예상한다"며 "대내외 경제 악재 속에서 국내 경제성장의 동력이 약해져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환율전쟁 역시 재점화될 것이다"며 "환율전쟁에 의한 제로섬 게임에 대응하려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금리인하의 효과가 갈수록 제한되고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과 함께 나오는 완화책은 자본유출 우려도 키울 수 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지금은 부채위험 관리도 중요하다"며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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