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차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금운용위원회 공사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문 전 장관은 연금 분야 전문가로 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 국민연금 공사화를 추진했다.

2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복지부는 늦어도 다음 달까지 국민연금 이사장 인선 절차를 마무리한다.

지난 14일 마감된 이사장 공모에는 문 전 장관을 비롯해 지방대 교수 2명이 지원했다. 당초 예상보다 지원율이 낮은 것으로, 문 전 장관에게 청와대의 의중이 실렸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상당수 경쟁자가 지원을 포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장관은 1989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선임연구위원·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거친 연금분야 전문가로 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 국민연금 공사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대응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직전인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정책위원회 위상과 전문성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며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하면 공사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전임 최광 이사장은 국민연금 공사화를 놓고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CIO)과 갈등을 빚다가 물러났다.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공사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찬성 뜻을 보여왔지만, 최 이사장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도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안이다. 공공기관이 아닌 공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장관이 재임 시절 발표한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이 복지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나온 안이라고 밝힌 데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다.

다만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는 국민연금 이전이 예정된 전북 지역이나 야당,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어 현실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고 소재지를 서울에 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도 운용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금융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당초 이전하기로 예정된 전북 지역과 야당은 기금운용공사 설립 차제를 반대하거나, 기금운용공사 설립으로 전북 이전이 무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와 이를 위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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