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이 정체에 빠졌다. 금리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전 수준에서 멈추면서 하단에 대한 부담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시장참가자들은 금리인하가 아니면 이를 풀어줄 물꼬가 마땅치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25일 연합인포맥스의 국채선물 매매 동향(화면번호 3600)을 보면 이달 금통위 이후인 17일부터 전날까지 3년 만기 국채선물(KTB)의 거래량은 하루 평균 8만2천359계약을 기록했다. 지난 22일에는 6만2천계약을 밑돌며 올해 최저로 떨어졌다.

작년 마지막 달에 하루 평균 KTB 거래량은 6만4천623계약을 나타냈다. 이 외 금통위의 금리변화가 없던 달 중 최근의 평균 거래량을 밑돈 달은 여름휴가가 한창인 7월(일평균 7만2천218계약) 뿐이다. 최근의 거래량이 평소보다 침체한 점을 알 수 있다.

시장금리는 금통위 전으로 돌아갔다. 지난 16일 이후 국고 3년물의 평균 최종호가는 1.464%다. 소수의견이 나오기 전과 비슷하다. 최종호가의 하루 변동폭도 1.0bp 수준으로 낮아졌다. 금통위의 소수의견이 나올 때만 해도 앞으로 하단이 더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가격 부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최근의 환율 상승이 추가 매수세를 부르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롱베팅을 하던 세력도 관망 중인 상태라고 판단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딜러는 "유럽에서 신용경색 우려가 나왔고 미국이 이번 3월에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고 해도 인상계획을 아예 철회한 것은 아니다"며 "중국에서 미국까지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오면 달러로의 자금 이동은 꾸준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인하가 자금유출을 부추기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글로벌 투기세력들이 이 기회를 틈타 원화를 상대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이 계속 오르면 채권금리의 하단도 따라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채권시장의 정체가 다음달까지 이어진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에 주요국의 통화정책 4개가 몰려 있다 보니 그전에 금리가 크게 빠지긴 어려울 수 있다"며 "다음달에 국내 금통위에서 더 많은 소수의견 내지는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데 소수의견만 늘어나는 수준에서는 금리 낙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월말지표도 부진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기에 큰 변수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상반기 수익에 대한 욕심으로 국고 3년물 1.3%대를 빨리 가보자는 시장참가자들이 있었지만, 뒤늦게 매수에 동참한 쪽은 현재 손해를 보기도 했다"며 "시장 수급이 쏠리려면 금리인하의 추가 시그널이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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