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의 외국인이 이달 국채선물 만기에서 매수 포지션을 대거 줄였다. 시장참가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매수세를 자극하던 외국인이 주춤하면서 시장금리가 바닥권을 테스트할 동력을 잠시 잃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하 기대에 따라 외국인이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했다.

23일 연합인포맥스와 삼성선물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선물(KTB) 3월물의 만기인 지난 15일 이후 외국인의 KTB 누적 순매수는 18만 계약대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전 국채선물 만기인 지난해 12월15일 이후에 급속도로 증가시켰다가 최근 반전됐다. 롤오버(만기 연장)에서 외국인이 매수 포지션을 일부 정리한 탓이다.





이달 국채선물 만기 이후에 외국인은 KTB를 하루 샀다가 다시 파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도세가 강해 전날까지 5거래일간 4천393계약을 순매도했다.

약 9개월 만에 비슷한 패턴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채선물 만기 때 외국인은 15만계약에 육박하던 KTB 누적 순매수를 약 보름 만에 10계약대 초반까지 줄였다. 하루에 1만계약 이상 KTB를 매도한 적은 없었지만, 일부 매수 포지션을 롤오버 하지 않았고 10거래일 연속으로 매도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외국인이 금리인하 기대가 줄고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서 차익실현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의 선물 매수세가 주춤해 금리 하단도 올라온 상태로 진단됐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이 금통위 이후로는 3년 포지션은 계속 줄이고 10년 포지션은 유지 또는 소폭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현물 채권에서도 교체를 통해서 듀레이션을 늘리는 듯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금리인하 기대가 축소되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섰을 수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매수 포지션을 크게 늘려서 금리나 환 측면에서 모두 이익을 봤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딜러는 "국고 3년물이 1.50%에서 부담감이 이전보다 커졌는데 기준금리보다 밑으로 가려면 단타 매매세력이 붙어야 한다"며 "외국인이 매수 쪽에서 변동성을 키워줘야 수월하다"고 전했다.

금통위를 앞두고 외국인이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이 기존 포지션은 차익실현을 하고 신규 포지션들은 관망하고 있다"며 "4월 초까지는 매수를 늘리기 어렵고 금통위원들이 확정되는 시점에 성향을 보고 급격히 들어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은행의 채권 딜러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작년부터 추가 금리인하를 계속 주장해 외국인이 이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며 "실망한다면 앞으로 5만계약 이상의 포지션이 더 줄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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