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약 1년 반 만에 서별관 회의에 참석하면서 서울 채권시장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정책 공조를 강조하는 등 비둘기파 색채를강화한 이 총재가 서별관 회의까지 함께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의 기준금리인하 예상 시기도 빨라져서다.

시장참가자들은 당장 다음달에 금리가 인하되려면 이 총재의 추가 시그널(신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직은 금융통화위원 교체 이슈가 걸림돌이라는 이유에서다.

25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현안회의(서별관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2014년 9월14일에 참석하고 나서 1년 7개월 만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구조조정 관련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인하 시기만 저울질하는 서울채권시장에서 서별관 회의는 컨센서스를 자극하는 이벤트다. 과거 경험상 서별관 회의에 한은 총재가 참석하고 나면 금리가 인하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주저할 때 정부에서 시그널이 나온 그간의 경험도 시장참가자들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이미 금리인하의 적기가 지났다고 판단하는 시장참가자들은 5월에 금리가 인하돼도 놀랍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정책 공조를 강조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지난해 금리인하 패턴을 보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기 전인 3월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터진 6월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며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금리인하는 3월이나 4월에 나와야 더 어울렸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표로서의 금리인하 명분은 이미 있었고 구조조정과 같이 간다는 명분이 추가로 쌓였다"며 "인하가 더 늦어지면 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고 덧붙였다.

시장참가자들은 5월 금리인하에 베팅하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가격 부담 속에 금리인하 시기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부담도 크다.

새로 임명된 금통위원이 즉각 금리인하와 함께 제기될 비둘기파라는 선입견을 받아들일지가 기준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다음달 금통위까지 시간이남아 추가 시그널이 나올지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모든 상황이 기준금리 인하의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어 2분기 재정 조기 집행과 기준금리 인하가 병행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5월 금통위는 4명의 새로운 금통위원들로 구성된 첫 회의인 만큼 동결의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 든 이상 신임 위원들도 정부의 의중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부연했다.

한 은행의 채권 딜러는 "7월 초에 물가 관련 대국민 설명회까지 해야 하는 한은의 부담을 고려하면 5월과 6월에 뭔가 해야 할 것이다"며 "아직 3주가 남았기에 이 총재가 추가 시그널을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주에 예정된 아시아개발은행(ADB) 출장에서 관련 발언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어 "올해 내내 금리인하나 동결이나 모두 정치적 이슈로 전망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금통위가 상반기 안에 금리를 내리면 서별관 회의의 압박을 받고 금통위가 비둘기파라는 평가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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