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절묘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재정위기와 정치권ㆍ정부의 움직임이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ECB는 6일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ECB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치권에 공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오는 30일 열릴 유럽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전망이다.

ECB가 유럽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자적인 정책결정을 내리는데 부담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치권이 위기해결과 관련해 명확한 방향을 잡아주면 ECB의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다. 시장 주변에서 6월보다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만약 ECB가 이번에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으면 유럽정상회의에서 김빠진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유럽 정치권이 뚜렷한 해법을 내놓는데 미온적인 상황에 ECB가 선제적인 정책을 결정하면 정상회의가 흐지부지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ECB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ECB에 모종의 대책을 바랐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지기 때문이다.

ECB가 현재 위기를 방조하고 있다거나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인의 금리가 급등하는 등 위기가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다음 주 그리스의 2차 총선(17일)까지 겹쳐 있는 상황에서 ECB가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중앙은행의 신뢰도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ECB는 ①유럽 정치권의 의사결정에 진전이 있다면 ②금리 인하와 같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는 양다리 전법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RIA 캐피털의 닉 스태멘코비치 스트래티지스트는 "유럽 정부·정치권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ECB가 유로존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인상을 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00%로 인하한 이후 이제까지 금리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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