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조금이라도 더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에 전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폭락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를 앞두고 외환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안전통화인 엔화는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이는 등 외환시장에 큰 파장이 일 것이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채권시장 거품…경고 잇따라

채권시장 거품의 진원지는 단연코 유럽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부터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회사채는 물론 독일 국채 등 주요 채권들의 금리가 일제히 폭락하고 있다. 가장 우량하다고 평가받는 독일 국채의 평균금리는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그만큼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도 채권 거품이 만들어진다. 지난주 일본 10년물 금리는 -0.145%까지 밀려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20년물 금리는 0.200%까지 내려가 역시 최저치를 경신했다.마이너스로 추락한 독일·일본과 달리 미국 국채는 아직 10년물 금리가 1.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럽과 일본을 피해 미국 국채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글로벌 채권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경고한다. 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는 지난 주 자신의 트위터에 "글로벌 금리가 500년 역사상 가장 낮다. 언젠가는 초신성처럼 폭발할 것"이라고 썼다. 앞서 제작한 6월 월간 보고서에선 "채권이나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지난 40년의 세월과 완전히 작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로운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군드라흐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도 마이너스 금리와 채권 거품에 대해 조심할 것을 주문했다.



◇빅이벤트 앞두고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져

외환시장에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가치가 추락하고 엔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23일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 투표를 앞두고 엔화 강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화 약세를 간절히 바라는 일본 통화당국 입장에선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이중고의 악재'가 곤혹스럽다.

15~16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일본은행은 추가 완화정책을 놓고 고심중이다. 소비세 인상을 연기해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려는 일본 정책당국은 엔화를 더 풀어 경기회복에 추진력을 더 불어넣고 싶어 한다. 엔화 약세가 진행돼야 수출이 살고 일본 경기가 전반적으로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 투표를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일단 완화 카드를 숨겼다가 7월 회의 때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미국 통화정책 회의 역시 주목할 변수다.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뜻밖에 난조를 보이면서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으나 7월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닛 옐런 의장이 이번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금리를 올린다는 대원칙을 제시하면서도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한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게 시장컨센서스다. 과연 옐런이 이러한 예측 범위에 맞게 발언 수위를 조절할지가 관전포인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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