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매출이 감소세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외형이 축소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대기업 소수가 다수 중소기업에 일감을 줘 돌아가는 구조다. 아직 중소기업의 외형과 수익성이 타격을 받지 않고 있지만, 대기업의 매출 감소가 지속하면 앞으로 중소기업이 안심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속보치를 보면 올해 1·4분기 국내 대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제조업 대기업이 6.8%, 비제조업 대기업은 3.7% 줄었다. 이는 국내 대기업 중 약 절반가량을 속보성으로 통계를 낸 수치다.

역시 표본을 추려 조사한 대기업의 작년 매출은 3.85% 축소됐다. 같은 기간 제조업 대기업의 감소율은 5.39%로 더 컸다. 국내 전체 대기업을 조사한 이전 자료를 보면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는 점을 알 수 있다. 제조업 대기업의 매출은 2013년에 1.2%, 2014년에 3.5% 감소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대기업 하나가 많게는 수백 개의 중소기업을 끼고 제품을 만든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도산하거나 부진하면 여러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은 부채비율이 대기업보다 1.6배 정도 높다. 차입금 의존도는 30%를 넘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에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지난 분기 중소기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감소했다. 제조업 중소기업의 매출이 0.6%, 비제조업 중소기업의 매출이 0.5% 줄었다. 확장 중이던 중소기업 매출이 꺾였다.

한은은 대기업의 매출감소세가 중소기업의 부실 뇌관이 된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매출액이 줄었어도 기업들이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분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각각 5.7%, 5.1%를 기록했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매출액 감소는 저유가의 영향이 상당하고 그 영향으로 기업이 수익성이 개선된 부분이 있다"며 "수익성이 기업과 업황에 더 중요한 수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중소기업의 부채비율 등은 낮아지는 추세다"며 "조선과 전기·전자 등 경쟁심화로 매출이 줄어드는 업종은 중소기업의 동향도 유심히 살펴야겠지만, 그 외 중소기업이 대기업 매출액 감소로 타격을 당장 받진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매출액 감소가 단가 경쟁으로 이어져 중소기업이 위험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조업 대기업의 매출액은 수출의 문제고 이는 낙수 효과를 통해 중소기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매출액이 줄었을 때 가격 싸움을 해도 됐지만, 지금은 원화 강세와 중국 등 신흥 경쟁국의 출현으로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나마 최근 자국화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대기업의 매출 부진은 시차를 두고 중소기업으로 이어질 것이다"며 "구조개혁 등의 노력 없이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등의 대책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중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업황이 좋은 업종을 꼽기도 어렵다"며 "다음으로는 해운, 장기적으로 보면 건설 업종에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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