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시중은행 딜링룸이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채택 이후 투자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라는 큰 변화를 맞은 일본내 투자자들이 어떤 전략을 택하는지를 미리 살펴 보겠다는 것이다.

12일 시중은행 딜링룸에 따르면 은행 관계자들이 일본 마이너스 금리 채택 이후 일본 현지를 답사한 결과 일본내 은행들의 투자는 미국 국채를 비롯한 해외채권 투자와 엔캐리트레이딩 헤지수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FX 투자는 엔화 강세와 이에 따른 헤지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1월29일 121엔대에서 102엔대로 하락했다. 일본내에서는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오히려 엔캐리트레이드 투자와 함께 베이시스스와프 시장에서 헤지를 함으로써 고정 금리를 창출하는 투자법이 떠올랐다. 이는 장기투자자들이 일본내 국채를 살 때 각국 통화를 교환하면서 이자를 주고 받는 베이시스스와프를 활용해 헤지를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만드는 방법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일본내 베이시스스와프 시장에서 1년짜리 달러를 빌려주고, 엔화를 받으면 약 0.7%에 가까운 이자가 생긴다"며 "마이너스 금리인 일본 국채를 사더라도 수익이 생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어 일본내 달러 수요가 많아질수록 이런 투자법이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딜링룸 부장은 "엔캐리 헤지 수요가 늘면서 달러-엔 선물환에서 엔화 매수, 달러 매도 포지션이 많이 쌓여있다"며 "엔화가 추가로 강세로 갈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달러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달러를 펀딩해서 미국채를 사는 것보다 달러를 펀딩해서 일본 국채를 사고, 환헤지를 하는 편이 수익률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일본내 금리 수준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일본내 은행들은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미국 국채와 모기지채권(MBS) 등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55%로 수익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미국 국채 수요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딜링룸 관계자들은 언급했다.

한 시중은행 딜링룸 부장은 "일본이 마이너스금리를 채택하면서 일본내 은행들 마진 비즈니스가 쉽지 않아 해외 유가증권 투자를 많이 하고 있었다"며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미국 국채 수요는 지속될 가능성이 커 단기 금리가 오르더라도 채권 금리가 쉽게 오르지 못할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내 은행들이 의외로 신흥국 투자를 별로 늘리지 않았다"며 "선진국 국채 등 안전 자산에 무게를 둔 투자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일본내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FX마진거래는 어떨까. 상반기에 일본을 다녀온 한 딜링룸 관계자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은 엔화 관련 구조화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의 FX마진 거래가 활발하다보니 와타나베부인이라 칭하는 투자자들의 거래 규모가 한 회사에서 한 달에 1조달러에 육박했다"며 "기축 통화국이다보니 글로벌 네트워크가 잘 돼 있고, 24시간 거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엔 환율 레벨을 두고 1년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해지되고, 달성이 안되면 장기간 투자하는 식의 타깃 리뎀션 구조화 상품 투자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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