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스마트폰의 폭발 사고로 제조업체가 자발적 리콜을 결정하면서 제조물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리콜은 폭발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 교체가 아닌 제품의 전면교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업계에서는 2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과 관련한 제조물 책임 문제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결국 피해자의 손해액에 대한 입증 책임 완화, 징벌적 배상책임 도입 등의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에 관한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 피해자 구제를 확대할 목적으로 지난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당시에는 물론이고 최근 개정안의 논의와 관련해서도 기업 등 산업계는 일제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제조물책임법을 단순히 '기업 대 소비자'의 구도로 볼 것만은 아니다.

해당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제조사는 다양한 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는 만큼, 결함이 생길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형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대부분 부품 공급사가 중소기업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업체는 도산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결함이 있는 제품을 전부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경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제품 중 결함이 있는 부품만 교체하는 경우에도 제품의 회수, 분해, 교체, 조립, 운송, 인건비 등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이는 부품 공급사의 책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결함이 소비자에게 야기한 물적·인적 피해도 문제지만, 해당 기업의 손실도 상상을 초월한다는 의미다.

또 부품 공급사가 영세업체로 리콜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 결국 완제품 제조업체가 그 손실을 고스란히 부담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일례로 과거 발전 설비에 사용된 절연볼트의 결함으로 발전소가 40일 이상 가동 중단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다.

법원은 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손해는 절연볼트의 결함으로 인한 제조물책임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절연볼트 제조업체나 이를 구매해 발전 설비를 납품한 회사는 몇 개의 결함이 있는 부품 때문에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됐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책임 측면에서만 제조물의 결함을 볼 것이 아니라, 제조물의 결함이 기업의 손익이나 사업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제조업체는 제품 설계부터 제조, 판매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충정 이상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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