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이미란 기자 = 기업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노사 협약을 통해 정시퇴근제도를 정착하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07년 설립한 '근무시간 정상화 노사공동 특별위원회'를 통해 퇴근시각을 앞당기는 데 힘쓰고 있다.

기업은행은 먼저 지난해 퇴근이 늦은 영업점의 점장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두 차례 열었다. 이 간담회에는 근무시간 정상화 노사공동 특별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인 조준희 행장과 유택윤 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점장들은 다른 영업점보다 퇴근시각이 늦은 이유를 설명하고 조 행장 및 유 위원장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난달 21일에는 본점의 부서장을 대상으로 같은 간담회를 열었다.

조 행장 취임 이후 경영평가에 직원들의 퇴근시간을 표시하는 `퇴근문화 개선도' 반영 비율을 1천점 만점에 30점에서 60점으로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경영평가시 하반기 한 차례만 퇴근문화 평가를 받았으나, 올해부터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평가가 이뤄지는 데다 반영 비율도 높아 부서장들이 느끼는 인사상 부담이 커졌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흡연이나 신문ㆍ인터넷 열람, 불필요한 다른 부서 방문, 개인 전화 등 사적인 활동을 금지하는 '집중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에서 종일로 확대했다.

회의는 일주일에 두 차례, 30분 이내로만 열도록 했고 보고서는 본문과 참고자료를 포함해 모두 3장으로 제한했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해 무조건 6시 반에는 퇴근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행은 평균 오후 9~11시였던 퇴근시각을 지난 5월에는 영업점 직원들의 개인 컴퓨터(PC) 종료시각을 기준으로 오후 6시38분까지 줄였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퇴근문화 개선에 앞장선 것은 과도한 업무로 직원들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됐다는 반성 때문이다.

조 행장이 취임사에서부터 퇴근시각을 앞당기겠다고 밝히는 등 퇴근문화 개선에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정부가 최대주주인 국책은행으로서 야근 수당과 같은 인건비 지급에 다른 은행보다 많은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전임 행장 시절 9천명의 임직원 중 많게는 한 해에 많게는 5명의 직원이 각종 질병으로 사망했다"며 "퇴근시각을 앞당긴 후 직원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낮아지며 지난 10개월간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준희 행장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다고 업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며 "퇴근시각을 정확히 지키면 생산성도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30년 넘게 은행에 근무하면서 얻은 교훈은 가족과 친구, 자기계발에도 시간을 안배해야 즐거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며 "'퇴근이 빨라져서 너무 좋습니다'라는 신입행원의 한 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고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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