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월가 은행권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국채를 매각하고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경기부양책)에 응하지 않고 있다.

연준이 장기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했으나, 월가 은행들은 국채를 팔기는커녕 오히려 사재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은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美국채의 가치가 높아질 것을 고려해 연준에 팔기보다는 보유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주요 외신은 10일(현지시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월가 은행들이 미 국채를 Fed에 팔지 않고 계속 비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채권 딜러들은 지난달에 하루 평균 72억달러(한화 8천231억7천600만원) 상당의 미 국채를 Fed에 맡겼다. 이는 작년 10월에 은행들이 121억달러(한화 약 13조8천33억9천300만원)를 맡긴 것보다 40.5%나 줄어든 것이다.

은행들이 미 국채 보유량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리면서 입찰에 부친 미 국채 규모도 줄어들었다.

월가 은행들이 팔 수 있는 미 국채규모는 10조5천억달러로 크게 늘어났지만, 최근 유럽 위기가 불거진 데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도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가 이제는 모자랄 정도까지 온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노이버거 베르만의 국채 부문 책임자인 타노스 바르다스는 "은행들이 미 국채를 팔려고 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고 고용시장도 모멘텀을 잃었기 때문에 미 국채금리가 낮아도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W.프레스프리치의 수석 국공채 딜러인 래리 마일스틴은 "Fed와 투자자들이 서로 밀치면서 미 국채를 보유하려 하고 있다"며 "안전자산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공지출 증가를 민간지출 감소로 상쇄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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