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각종 정책이 재벌 중심의 기부금 등을 바탕으로 시행되더니 결국 동티가 났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 문화융성을 위한 대표 정책이 재벌 상대의 모금 활동에 의존하다가 국기 문란 의혹으로 이어졌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료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믿고 따랐던 청와대 전 경제수석이 각종 재단을 설립한다며 재벌을 상대로 돈을 긁어 모으는 데 앞장 선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은 오너 출신의 재벌 회장을 현직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그가 평소 강단이 있는 경제관료라는 평가를 받은 탓에 후배들이 받는 충격은 더 컸다. 조직폭력배가 주먹을 앞세워 금품을 갈취하고 사업장을 뺏는 것과 다름없는 행태여서다.

사이비 종교 교주의 딸로 알려진 최순실과 그 주변인들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앞세워 국가 예산을 사적 용도로 편법 사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외신들이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말기 요승인 '라스푸틴'의 한국판 스캔들이라고 대서특필하는 등 국가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경제관료들은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국정 문란의 조짐이 감지됐다고 전했다. 특히 2014년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으면서 청와대와 기재부의 정책 조율은 꼬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재부가 작성한 계획이 언론에 공개된지 하루 만에 전면 백지화됐고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키워드로 하는 새로운 안이 긴급하게 다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정부안이 뒤집힌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제야 숨은그림찾기가 완성된다는 게 기재부 일부 관료들의 설명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각종 경제정책의 뼈대는 예산과 세제다. 정권이 교체되면 가장 먼저 손대는 곳도 예산 편성과 세제 개혁의 원칙이다. 박근혜 정부도 어김없이 이 부분의 고삐를 다잡으면서 경제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정부의 주요 정책은 세제와 예산보다 금융회사 캠페인을 닮은 재벌 중심의 모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잦았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가입한 '청년 일자리 펀드'와 통일은 대박이라며 시작된 '통일펀드'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닮은 꼴이다. 청년일자리와 통일펀드 모두 예산 편성을 통해 정상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 재원이 부족하면각종 세제를 조정해서 마련하면 될 일이었다.

돈을 뜯겼지만 재벌들도 일방적인 피해자는 아니다. 일부 재벌은 법인세를 2% 포인트 인하받아 생긴 초과이윤 등으로 최순실과 그 딸에게 수십억원에 이르는 말을 사주고 독일 현지 훈련비까지 지원하는 등 한술 더 뜬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측근을 아낌없이 지원한 해당 재벌은 2세 승계를 위한 각종 인수합병에서 국민연금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우연치고는 너무 잘 짜여진 각본 같다.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을 '뇌물(賂物)'이라 일컫는다. 재벌들이 각종 재단에 낸 돈은 선의인가 뇌물인가.(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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