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전 세계적인 교역 둔화 속에 시장 리스크 확대에 대한 경계감에 위험회피성향이 강화하면서 글로벌 일평균 외환 거래량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1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가 글로벌 외환거래의 약 94%를 결제하는 CLS(Continuous Linked Settle)를 통해 집계한 지난해 4월 기준 글로벌 일평균 외환 거래량은 5조1천억 달러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이전 집계연도인 2013년 4월의 5조4천억 달러에 비해 약 3천억 달러가량 감소했고, 2014년 9월 6조5천억 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해서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다.

전체 거래의 87%를 차지하는 달러화는 같은 기간 4조6천600억 달러에서 4조4천400억 달러로 줄었고, 유로화는 1조7천900억 달러에서 1조5천900억 달러, 엔화는 1조2천400억 달러에서 1조1천억 달러로 감소했다.

신흥국 통화 중에서는 위안화가 1천200억 달러에서 2천억 달러로 늘어나 눈길을 끈 반면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선전한 여파로 멕시코 페소화는 1천400억 달러에서 1천억 달러로 급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러한 일평균 외환 거래량 감소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 신장세 둔화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등이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4년 3.4%에서 2015년 3.2%로 둔화했고, 2016년(전망치)은 3.1%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글로벌 교역증가율은 3.8%(2014년)에서 2.6%(2015년)로 크게 낮아지고 지난해에는 2.3%로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2014년 10월에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하면서 외환거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진단했다.

위험회피 성향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비율이 낮고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보험사와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 거래는 늘었지만, 투기목적이 강한 헤지펀드와 자기자본 거래회사(PTF, Principal Trading Firm)의 거래는 줄었다.

2013년 5천760억 달러에 달했던 헤지펀드와 PTF의 거래량은 지난해 3천890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프라임 브로커를 통한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하방압력을 받고 있고 스위스프랑-유로 페그제가 폐지된 이후 스위스 프랑 약세에 베팅한 헤지펀드의 자산가치 하락 압력이 가중되는 것도 이유다.

2013년 중반부터 도입된 스피드 범프(speed bump, 일시에 막대한 거래량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의의 중지 시점을 설정) 규제로 초단타매매 전략을 활용한 거래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거래량 감소의 배경이 됐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이후 대형 투자은행들이 프라임 브로커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도 헤지펀드의 거래 감소에 영향을 줬다.

국제금융센터는 다만, 투기적 거래비중 감소로 환율 변동성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시장 심리 위축으로 쏠리 현상의 가능성이 커졌음에 적극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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